[사설]미얀마의 봄, 북한의 겨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방문한 미얀마에서 북한 지도부에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가라고 공개적으로 충고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4년 전 당선자 시절 “공포정치를 하는 국가가 주먹을 펼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기꺼이 손을 내밀 것”이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킨 뒤 북한을 향해 분명한 어조로 대화 복귀를 요구했다.

독재의 어두운 질곡을 벗어나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는 미얀마와 북한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효과도 노렸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의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자유선거를 실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도 수용했다. 오바마는 향후 2년간 1억70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오바마의 미얀마 발언은 집권 2기에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동시에 4년 전처럼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강행, 대남(對南) 도발에 나설 경우 더는 인내하지 않겠다는 통첩이다. 결국 북-미 대화를 포함한 6자회담 재개의 실마리를 풀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북한이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

미얀마가 세계인의 지지 속에 따스한 봄날을 맞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혹한(酷寒)의 겨울을 나고 있다. 3대 세습의 북한 정권은 미얀마의 군사독재 정권보다 훨씬 더 악독하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보유량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는 잠수함 침투훈련과 장사정포 사격연습 강화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미얀마는 지난해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나선 이후 1년간 404억 달러의 해외투자를 받았다. 이는 이전 12년간(1988∼2010년)의 투자액인 85억 달러의 4.8배에 이르는 액수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미얀마는 북한이 벤치마킹해야 할 완벽한 개혁·개방 모델이다. 전환기를 맞은 동북아 지역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북한도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 말고 민주화와 개혁·개방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김정은은 혹독한 겨울을 오래도록 견뎌야 할 것이다.
#미얀마#북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