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개혁론에 힘 실어주는 검사 비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현직 검사가 기업과 사기 피의자로부터 거액을 수뢰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고검 김모 검사의 차명계좌에 유진그룹 계열사 대표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각각 6억 원과 2억 원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 검사는 가정 사정 때문에 평소 알고 지낸 후배와 친구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큰돈을 빌려준 사람이 하필 사기범 측근과 기업 관계자였는지 의문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지난해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그 의혹만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은 특검 수사까지 거친 끝에 관련자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부장검사가 고소 사건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사건과,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사건은 사실로 밝혀져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검사의 개인 비리가 이어진다면 정치권의 검찰개혁론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같은 지연 학연을 가진 사람들이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4·11총선 후 정치인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성과는 미미해 수사능력이 불신을 받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높인다. 새누리당은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연계해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검찰에 유독 많은 차관급 검사장 자리도 새로운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경찰의 차관급은 청장 1명뿐인데 검찰의 차관급 대우자가 55명으로 행정부 전체 105명의 절반이 넘는다. 심지어 고검 검사들의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고검 폐지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이 현직 검사를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한 것까지는 좋으나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섣불리 자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불신을 키울 수 있다. 경찰은 차기 정부에서 있을지도 모를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위해 유리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수사해서는 안 된다.
#검사 비리#검찰개혁#스폰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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