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50, 朴-文-安은 단일화 득실 계산만 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이 야권후보 단일화 4원칙으로 정책 중심의 가치(價値) 연합과 단일화 후보의 당적 보유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경선’ 논의를 시작하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문 후보 측은 대선후보 등록(11월 25, 26일) 일정을 감안해 단일화 논의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자세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실시된 국민참여경선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민참여경선은 친노(親盧·친노무현) 성향의 ‘모바일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손학규 민주당 고문은 모바일 경선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했다. 국민참여경선을 하려면 2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문 후보 측은 11월 초부터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해 보이지도 않고 자기네 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 안 후보가 응할지 의문이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안 후보가 ‘친노 프레임’에 갇힌 문 후보보다 표의 확장성이 있는 만큼 시간은 안 후보 편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 후보는 아직 단일화 로드맵도 내놓지 않고 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두 후보가 단일화 시기와 방법을 놓고 득실 따지기에 매달리면서 정책과 국정운영 능력 같은 대선의 주요 이슈는 묻혀 버렸다. 1987년 대선 이후 후보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유력한 도구로 활용됐다. 1987년 김영삼 김대중 양김(兩金)은 단일화 실패로 집권하지 못했지만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DJP 공동정부가 약속한 내각제 개헌은 휴지조각이 돼 버렸고, 정몽준은 대선 하루 전날에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언제까지 ‘단일화 이벤트’가 한국 대통령선거를 흔들게 놔둘 것인지 답답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 일각에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퍼져 있다고 한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는 박 후보가 야권의 단일화 드라마를 능가할 ‘박근혜표 드라마’의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표의 확장에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하다. 매일 단조롭게 반복되는 선거운동에 흥미를 잃은 적지 않은 국민은 TV에 대선후보들 얼굴이 비치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이런 상태에서 야권은 단일화 흥행이라도 기대한다지만 박 후보는 어떤 카드로 국민의 마음을 붙잡을지 궁금하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단일화#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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