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차지완]김기용 경찰청장의 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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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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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사회부 기자
차지완 사회부 기자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경찰청장 임기보장제에 따르면 2년이지만 이렇게 답했다가는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매우 높다.

경찰청장 임기보장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이었다. 김기용 현 청장에 앞서 모두 6명의 경찰청장이 있었다. 최기문 허준영 이택순 어청수 강희락 조현오 청장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2년 임기를 채운 인물은 이택순 청장뿐이다.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니 한국의 경찰 수장(首長)이 임기를 마칠 경험적 확률은 16%다.

김기용 청장은 16% 안에 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데 과감히 한 표를 던진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천운(天運)이 따라주지 않으면 임기를 채울 수 없는 게 한국 경찰청장의 불행사다. 김 청장의 선배들은 아주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최기문 청장처럼 후임 청장이 데리고 쓸 간부 인사(人事)를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의 노여움만 살 뿐이다. 허준영 청장처럼 농민집회를 진압하다가 농민 2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어청수 청장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임명됐는데도 “현 정부의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외견상 ‘쇠고기 시위’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청렴결백은 필수조건이다.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한 줄로만 알았던 강희락 청장은 몇 개월 뒤 건설현장식당(일명 ‘함바’)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오원춘 같은 흉악범이 나타나면 가차 없이, 그리고 빈틈없게 대처해야 한다. 조현오 청장은 너무나 많은 빈틈을 드러냈다. 한 명 더 있다. 어청수와 강희락 청장 재임 기간 사이에 청장이 될 뻔했던 김석기 내정자는 ‘용산 사고’ 이후 과잉진압 논란 속에 청문회도 못해 보고 물러났다.

지켜지지도 않았고, 지키기도 어려운 임기보장제를 없애버리면 어떨까. 경찰들은 손사래를 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차관급 비정규직’ 경찰청장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후임 청장을 노리는 인물들 밑으로 헤쳐 모이는 ‘줄서기’도 예상된다.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지 않고, 자신의 승진을 위해 특정 개인에게만 충성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할 시민 안전에 집중할 수 있을까.

경남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범 김점덕, 제주 올레길 관광객 토막 살해범 강성익, 두 아이의 엄마 성폭행 살인범 서진환, 전남 나주 7세 여아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 그리고 집 안과 길거리, 술집과 지하철역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잇따르는 칼부림 난동사건. 경찰은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번 ‘임기응변식’ ‘돌려막기식’ ‘재탕 삼탕’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단기와 장기로 나눠 어떻게 시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스템적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의 잦은 교체가 근시안적 사고 구조를 만든 무시할 수 없는 한 원인은 아닐까.

지난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말 지킬 수 있을지 의심이 가지만 아직 시민 안전 공약을 내놓지 않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같은 약속을 내놓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경찰청장이 임기 걱정 없이 시민 안전에 집중해야 밤거리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딸 가진 부모의 근심도 덜 수 있다. 김기용 경찰청장이 16%에 들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월 2일 취임했으니 그의 임기는 2014년 5월 1일까지다. 물론 장부상 날짜다.

차지완 사회부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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