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태용]디자인 혁신으로 대도약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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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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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삼성, 벤츠,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런 기업들은 대표하는 이미지가 하나씩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애플은 먹다 만 사과, 코카콜라는 길쭉한 유리병, 스타벅스는 머리 긴 인어. 2003년 3월 20일 시사주간지 ‘타임’은 ‘디자인의 재탄생’에서 기업들이 비슷한 기능과 가격으로 경쟁을 하면서 디자인이 유일한 차별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디자인 경영 수준은 어떨까?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많은 기업과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레드닷(red dot), iF, IDEA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 디자인의 수상 소식이 지난 몇 년간 급증하고 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 디자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제 한국 디자인은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는 자본주의 4.0시대로 접어든 지금, 20세기에 정의되었던 모든 개념을 의미 가치 중심으로 재창출하는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경영의 시대라 정의되는 21세기에 창의성과 상상력에 기반한 ‘디자인 사고’와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 혁신은 평소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일상적인 불편함에 대한 의문과 관찰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영국 다이슨사(社)는 디자인 혁신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로 꼽힌다.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진공청소기와 선풍기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먼지주머니와 날개를 없앤 제품을 출시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다이슨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있었다. 다이슨의 전체 종업원 약 3000명 중에는 제품 개발인력이 전체 종업원의 50%를 차지하는 1500명에 이른다. 개발인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따로 구분하지 않으며 이들에 대한 명칭은 디자인 엔지니어다. 디자인 개발부서의 명칭 또한 RDD(Research & Development & Design)로 기존 R&D에 디자인을 더했다. 다이슨은 매출액의 20%를 바로 이 RDD에 투자한다. 다이슨은 이러한 디자인 혁신을 통해 진공청소기 전 세계 매출점유율 1위, 자산가치 14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도 디자인을 통한 발상의 전환으로 제품의 이미지와 고객의 불편을 개선한 디자인 혁신사례가 있다. KT의 PI(Product Identity·제품 정체성)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버튼, 모서리 곡선 등 83가지 디자인 요소를 새로 개발하여 셋톱박스, 인터넷모뎀, IP공유기 등 50여 종 300개 타입의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KT만의 독특한 디자인 정체성을 구현해 냈다. 이러한 제품들을 설치하기 위해 복잡하게 늘어선 전선들을 제품의 포장박스를 재활용하여 깔끔하게 정리했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디자인경영을 경영의 핵심가치로 여기는 최고경영자(CEO)의 혁신적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디자인과 직접 관련된 기업이 아닌 KT가 디자인 혁신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 제품의 가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도 리더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1세기를 융합의 시대, 감성가치의 시대라고 한다. 디자인이야말로 기술과 감성을 잇는 융합의 촉매제로서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가치창출의 원동력이다. 인간 중심의 가치를 창조하는 디자인을 통한 혁신으로 우리 산업과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디자인#혁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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