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미 불산 사고 3차 피해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정부가 경북 구미시 불산(弗酸)가스 누출사고 11일 만인 어제 인근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능력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피해가 컸다. 정부는 농작물 축산 산림 주민건강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2차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주민의 고통과 공포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늑장 대응이 아닐 수 없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는 그 자체로 대형 재해였을 뿐 아니라 수습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대응으로 2차 피해를 키웠다. 사고가 난 공장에는 비상시 안전 책임자가 한 명도 없었고 불산중화제 같은 방제약품도 없었다. 직원의 119 신고가 조치의 전부였다. 구미시는 사고 발생 3시간이 넘어서야 불산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미 수백 명의 주민과 경찰, 소방관이 불산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뒤였다.

불산은 체내에 흡수되면 뼈와 장기를 상하게 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불산이 공장 외부로 누출되면 인명구조와 제독작업, 잔류오염도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구미시는 제독작업만 끝낸 뒤 대피 주민들을 돌려보냈다. 중화제 대신 물만 뿌려 오염 우려도 커졌다. 정부는 사고 8일 만에야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그동안 233ha의 농작물과 가축 3200여 마리가 피해를 당했고 3500명 넘는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 유관기관들과 화학물질 누출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자 무용지물이었다.

마을 곳곳에 내려앉은 불산은 빗물과 함께 땅속에 스며들어 토양과 지하수, 주변 하천을 오염시킬 위험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3차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은 자칫 장기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민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현황 파악도 시급하다.
#구미#불산사고#3차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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