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외 동시 경고 “선거 위해 재정 허물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한국 경제 연례 협의보고서에서 ‘선별적 복지 확대’와 ‘넓은 세원(稅源)’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IMF는 1997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에 내몰려 국제적 신인도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부족한 달러를 빌려주고 경제의 체질 개혁을 이끌었던 국제기구다. 한국 경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조언하는 위치에 있는 IMF의 권고를 허술히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양극화 해소와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한 복지 지출은 불가피하다.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지만 인구 고령화로 부담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라곳간을 함부로 열 수 없다. 소득 격차 해소와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보육이나 직업 교육같이 꼭 필요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물샐틈없이 돈을 써야 한다. 한국의 담세율(擔稅率)은 22%로 OECD 국가 중에서 낮은 편이다. 저성장 속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보편적 복지제도를 통해 국민 모두가 정부에 기대기 시작하면 쌀독이 비는 건 순식간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통일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 재정지출이 급증하면 2050년 국가채무비율이 남유럽 수준을 넘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에 이를 것으로 조세연구원은 예측했다. 무분별한 복지 남발은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행위다. 대선후보와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복지 공약을 남발할 게 아니라 줄어드는 쌀독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권의 복지 공약이 중장기 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감시체계를 다듬어야 한다.

전직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언론인 등 100여 명이 참여하는 건전재정포럼이 출범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나라 살림살이를 맡았던 인사들이 정파를 떠나 함께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정치권에서 인기영합적인 ‘재정 포퓰리즘’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고 우려했다.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을 통해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공약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사설#복지#포럼#공약#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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