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슬람교에 대한 모욕과 건전한 비판은 구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동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무함마드를 그린 만화를 실어 이슬람권에서 반(反)서방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 만평은 할리우드 갱 영화 제목 ‘언터처블’의 프랑스어인 ‘앵투샤블’이라는 제목으로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5년 덴마크 일간지 윌란스포스텐이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무함마드의 만평을 실은 이후 만평이 종종 이슬람 국가들의 시위를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 ‘언론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은 없다’고 여기는 유럽의 일부 언론은 무함마드 만평 게재를 ‘표현의 자유’라고 본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만평에 대한 이슬람의 반발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태도”라고 비판했다.

서구에서 표현의 자유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 최근 캐런 킹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4세기 콥트어로 쓰인 파피루스 문서를 해독해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성배(聖杯)가 마시는 잔이 아니라 예수의 후손을 가리킨다는 내용을 담아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예수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식의 주장은 신실한 기독교인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만 서구에서는 거리낌 없이 나온다. 이런 서구의 가치관으로 보면 만평이나 동영상으로 촉발된 이슬람권의 과격한 시위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종교에도 금기(禁忌)는 있다. 이슬람은 여전히 무함마드의 초상을 그리는 것 자체를 신성 모독으로 간주한다. 시위를 촉발한 동영상에는 무함마드가 늘 술에 취해 있고 돼지고기를 먹고 여색(女色)을 탐하며 도둑질을 일삼는 것으로 나온다. 서구 기준으로 보면 유치하지만 이슬람권 대중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문명과 문명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시대다. 과거에도 문명 간 접촉이 있기는 했지만 제한적이고 간헐적이었다. 다른 문명과 종교를 존중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서구 문명권은 표현의 자유라는 서구식 잣대로만 이슬람 문명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슬람 문명권도 극장에서 정식 상영된 것도 아닌, 영화라고 부를 수도 없는 조잡한 동영상에 그토록 흥분할 일은 아니다. 두 문명이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상대의 사고방식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슬람교#무함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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