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민주화가 ‘입을 봉하는’ 도그마여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자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입을 봉해야 한다”며 거칠게 대응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한두 번이 아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눈에는 볼썽사납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확한 규정이 있다.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19조 1항이 시장경제를 강조한 것이라면 2항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개입을 의미한다. 둘 중에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는 수정자본주의의 대원칙이다.

새누리당은 올해 초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경제정책의 뼈대로 하는 정강정책을 확정하면서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박근혜 대선후보도 출마선언 및 수락연설에서 경제민주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 경제전문가답게 “나는 이 대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토론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수정이나 보완을 할 수 있다. 정강정책을 이끌고 집행해야 할 위치에 있는 원내대표가 덮어놓고 “뭔지 모르겠다” “정체불명이다”라고 불평하듯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입을 봉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도 지나치다. 이러니 재계와 학계에서 “경제민주화가 도그마가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늘 험한 표정으로 거친 어법을 쏟아내는 김 위원장을 두고 “그래서야 국민 행복이 추진되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기업 때리기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새누리당 내부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총수 범죄의 처벌 강화, 이익 빼돌리기의 차단, 순환출자 규제, 횡령범죄자 대주주 자격 박탈, 금산분리 강화 등 경제민주화 관련 5개 법률안을 마련했다. 재벌의 횡포를 규제할 필요는 있으나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활력을 꺾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과 서민의 주름살을 펴는 현실적 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경제민주화#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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