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감서 대기업 회장 ‘증인 장사’ 구태 사라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대기업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국정감사 철이 돌아온 모양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른바 ‘재벌 개혁’ 문제를 따지겠다며 재벌 총수들을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재벌 총수 증인 채택 얘기가 나오면 해당 그룹이나 대기업은 비상이 걸린다. 인맥을 총동원해 증인 채택을 막으려는 로비전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뒷거래를 하는 ‘국감 장사’도 벌어진다. 이전부터 재벌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은 대기업 길들이기나 압박, 로비용이라는 말이 많았다. 19대 국회는 이런 역겨운 구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벌 총수들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여야는 국감 때마다 ‘민생(民生) 국감’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각종 민생 현안들에 대한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 민생에 실질적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는 내달 5일부터 국감을 시작한다. 여야는 19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벌써부터 물밑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새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여서 대선후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불꽃 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 등 친인척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태세다. 새누리당도 질세라 맞불작전으로 나오면 국감이 국정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이탈해 여야 간 대선 대리전(戰)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차떼기 자료’ 요구로 정부나 국가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키다시피 하는 것도 국회의 횡포다. 국회법상 자료 요청은 반드시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실상은 보좌관 마음대로다. 과거 정부 기관이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들이 통째로 외부에 유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19대 국회에는 종북(從北)으로 의심받는 국회의원도 여럿 있다. 일심회 간첩사건에 연루됐던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개성공단 진출 기업의 노무자료 등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유출 시 국가안보와 국익을 훼손할 수 있는 자료들의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국정감사#대기업 회장#증인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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