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희산]풍수해보험으로 태풍피해 대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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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산 한국보험정책연구원 원장 전주대 경영대 교수
양희산 한국보험정책연구원 원장 전주대 경영대 교수
30년 만의 강력한 태풍 ‘산바’가 북상 중이다. 이미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이 남긴 상처는 크고 깊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월 5일 현재 어항 309건, 주택 1109동, 비닐하우스 2만8486동, 낙수 낙과 등 농작물 5만6322ha, 가두리양식장 1만7000칸 등을 휩쓸고 갔다.

수확기를 앞두고 망연자실해 있는 과수농가의 모습과 해안가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양식시설, 날아가 버린 비닐하우스의 앙상한 모습이 피해 농가의 아픈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피해 농어가에 대한 구호 차원의 재난지원금은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복구비 기준 대비 30∼35%)이다.

정부 지원금을 더 늘려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 피해 농가는 좋다고 하겠지만 이는 고스란히 국민 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또 태풍 피해가 날 때마다 지원금을 주면 국민 스스로 재난관리를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 발생의 양상과 피해 복구의 어려움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으로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일이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에 대비하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야 할 시점이다. 자연재해보험이 그 답이다.

재해보험에는 주택과 온실(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풍수해보험, 농어민을 위한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이 있다. 이러한 정책성 보험은 태풍 호우 홍수 강풍 해일 등의 피해를 보상한다. 국가에서 주민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절반 이상 지원해주고 있어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고 재난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자기 책임도 부여하는 선진적인 재난 관리 방식이다.

풍수해보험의 경우 보상 규모도 대폭 현실화해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보험은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미완의 보험이다. 보험 가입자 수가 국가가 매년 정한 일정 예산 규모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예산이 소진되면 가입자들이 더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고, 상품이 다양하지 못해 소비자 선택에 한계가 있다. 또 보험사업자도 거대 재해에 대한 과도한 위험 부담으로 신상품 개발 및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이 매력적인 재산보호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손보상보험의 확대, 재고자산(상가 공장) 수산물(전복 등) 과실(사과 등)에 대한 동산(動産)보험 도입 등 상품을 더욱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각 보험사가 판매하는 인기 보험상품과 종합담보형 패키지상품을 만드는 등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묘안을 짜내야 한다. 또 농어촌주택개량자금 및 재난지원금 등 각종 정책자금 수혜자는 풍수해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야 하고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높은 전국의 재해위험지구 내 주택과 온실도 반드시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대규모 피해를 동시에 가져오고 재보험 처리에도 높은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그런 이유로 전적으로 민영보험시장에 맡길 경우 위험분산체계가 붕괴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일정 규모 이상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종 책임을 지는 국가재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풍수해보험 활성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고 민영보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토대가 된다. 풍수해보험이 풍수해로부터 우리의 재산을 훌륭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에 맞춰 더욱 풍성해지고 강해져야 한다.

양희산 한국보험정책연구원 원장 전주대 경영대 교수
#산바#풍수해보험#태풍피해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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