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준영]中-日센카쿠 갈등의 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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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일본명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이 섬에 대해 그동안 양국은 각자의 영토임을 주장하면서도 극단적인 충돌은 피해 왔는데 일본 정부가 이 섬의 국유화를 실행하자 중국이 전격적으로 자신의 영토임을 규정하는 법적 조치인 영해기선 설정을 선포한 것이다. 14일에는 중국 해양 감시선이 센카쿠 열도 12해리 수역까지 진입해 물리적 충돌 우려까지 나왔다.

양국이 이렇게 첨예하게 갈등하는 이유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섬 면적은 작지만 근처 해역의 연간 어획량은 동해 전체와 맞먹을 정도이며, 석유매장량과 천연가스도 풍부해 자원 가치가 중동 지역에 버금간다는 분석이 있다. 이 섬은 일본으로서는 대중국 견제 방어선이며, 중국으로서는 군사 경계선인 ‘도련선(島련線·해양방위경계선)’의 시작점이다.

이번 갈등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일본 정부는 국유화 조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를 사겠다고 한 도쿄도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가 실제로 매입하면 공격적으로 실효지배 강화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국유화가 오히려 ‘평온하고 안정적인’ 센카쿠 관리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실효지배 강화 조치는 유보한다는 것도 천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일본의 예상을 넘어 전면전을 불사할 것 같은 공세적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영해기선을 선포함으로써 센카쿠 수역의 영유권을 공식화하고 영해 12해리, 경제수역 200해리, 최대 350해리에 달하는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해양 감시선 급파는 물론이고 경제 보복에 관한 논의와 함께 일본 상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질 태세다. 급기야 상하이에서는 일본인이 습격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강경조치는 그 나름으로 배경이 있다. 10월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둔 상태에서 영토와 주권을 둘러싼 문제는 지도부의 의지와 행동 역량을 보여 주는 가장 큰 무기다. 특히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강력한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국내 문제를 희석할 수도 있는 좋은 카드다.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도 될 수 있다. 중국은 센카쿠 문제에 대해 미국이 원인 제공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명나라 때부터 중국 땅이던 섬을 일본이 청일전쟁 때 강점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일본과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해 섬을 반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1971년 관할권을 일본에 넘기는 바람에 일본의 실효지배로 이어졌다는 게 중국 논리다.

향후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어떻게 될까. 양국이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우선 중국이 군사력을 쓰면 자국의 경제발전에도 불리하지만 미일동맹 강화나 일본의 방위예산 강화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중국 스스로가 수년 전부터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치열한 도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본격적인 영토 분쟁을 확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아시아 복귀 전략을 본격화한 미국에 개입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민족주의의 양면성도 신경 쓰인다. 애국주의를 고취할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국내외 환경 조성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이 문제를 부각시키면 일본에 대한 중국과 대만의 공조가 가시화될 수 있고 미일안보 동맹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같은 경제 보복도 우려된다. 양국의 현명한 해법을 기대해 본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시론#강준영#센카쿠#댜오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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