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상수]제조공장 → 서비스시장 바뀌는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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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충북대 교수 국제경영학과
박상수 충북대 교수 국제경영학과
괄목상대!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양국 간 경제교류협력은 ‘눈을 비비고 봐야 할 정도의 놀라움’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수교 이후 20년이란 짧은 기간에 양국 간 교역규모는 연평균 20.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역규모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중국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최대 무역파트너다.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교역규모가 지난해 35배로 증가한 2206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20년 뒤 양국 간 교역규모는 얼마나 커질까. 나는 한중 교역규모 1조 달러 시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은 2020년 전후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무역규모 역시 10조 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전체 교역규모 중 한중 양국 간 교역규모가 7%에 달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한중 교역규모 1조 달러 시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울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양적성장 속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중 수출의존도의 심화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다.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이미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우리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 수준으로 국가별로는 대만 다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대외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의 대외 수출 둔화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중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선택적 변수가 아닌 고정변수, 즉 제약조건(constraint condition)이다. 어차피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중국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갈 수 없는 ‘제약 수용자(condition taker)’ 처지라면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내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때마침 중국은 미국 및 유럽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장 패러다임을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민간과 소비’ 중심의 ‘좐볜(轉變)’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3%에 불과한 중국의 서비스 산업 비중(OECD 평균 70.6%)을 계속 늘려나가겠다는 뜻으로 중국의 내수시장, 특히 서비스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벌써 큰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마트의 경우 2009년 10월 중국의 대형마트 ‘타임스(TIMES)’를 인수한 이래 중국 내 매장 수가 벌써 국내와 같은 97개에 달하고 있으며, 100호점 개점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은 중국을 향한 한중 FTA는 양국 간 교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올 5월 공식 개시한 양국 간 FTA 협상은 뒤처져 있는 중국의 서비스 시장 공략에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얼마 전 1990년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겼던 국내 주얼리 기업들이 20여 년 만에 한국으로 집단 U턴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U턴 기업 지원강화 방안을 내놓은 후 거둔 첫 결실이긴 하지만 이제 중국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제조업 시대를 지나 정보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광활한 대륙을 향한 교역규모 1조 시대를 맞을 한국의 힘찬 도약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박상수 충북대 교수 국제경영학과
#시론#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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