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수 활성화 ‘깔짝 대책’으론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재래시장 미용실 골목식당 노래방 등 서민 대상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도무지 장사가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쉰다. “소비자 지갑이 꽉 닫혔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나마 낫다’는데도 이런 형편이다.

정부가 어제 제5차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거쳐 내수(內需) 및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에 그치면서 애초 목표인 연 3%대 달성이 멀어졌다. UBS 등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은 한국의 올 하반기 성장률을 1.6%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 이른바 ‘끝장토론’을 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 같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경기(景氣)를 덥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각종 세금 감면과 재정투자를 통해 연말까지 4조6000억 원의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소득세 원천징수를 줄여 올해 1조5000억 원을 덜 걷겠다는 것이지만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그만큼 환급금이 줄어든다. 7000억 원의 양도세 및 취득세 감면은 현재 부동산 침체의 근본 원인이 거래세 부담이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가 의문스럽다. 가장 솔깃한 것은 자동차, 고가 가전제품 등의 개별소비세 인하다. 그러나 감면 효과는 1000억 원에 불과하다.

내수, 즉 국내수요는 소비와 투자로 이뤄진다. 내수 활성화를 꾀한다면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 개개인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이번까지 무려 5차에 걸쳐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내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활성화의 핵심인 투자촉진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의료보건 금융 인력 정보 지식 관광 교육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푸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이다. 현 정부는 출범 전부터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외쳤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국제병원도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대형마트의 영업을 가로막아 물류 혁명, 물가 안정, 소비자 후생, 일자리 창출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요즘 정부가 발표하는 활성화 방안은 항목이 길지만 알짜배기가 빠져 ‘깔짝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자영업자#활성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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