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세비 ‘짬짜미’ 인상 부끄럽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올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세비(歲費)가 1억4737만 원(특별활동비 포함)으로 16%나 인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1억2698만 원)와 비교해 16%, 2010년(1억1844만 원)보다는 24% 오른 셈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여야 원내대표들이 의논해 결정한 뒤 국회의장 결재로 확정된다. 사사건건 으르렁대던 여야가 밥그릇 문제만 나오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국회의원 세비 가운데 일반 수당은 공무원 수당 인상률(3.5%) 수준에 맞춰졌다. 국회의원에게 매달 지급되는 입법활동비는 2010년 18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313만6000원으로 74%나 크게 인상됐다. 여론의 눈총을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세비를 인상하는 효과를 노린 꼼수다. 국회사무처는 입법활동비를 대폭 인상한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장관급 예우에 걸맞은 수당 인상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궁색하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세비를 크게 올렸을 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어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 때 대충대충 하다가는 분명히 추가 세비 반납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세비 인상을 언급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예기치 못한 발언이 없었다면 국민은 까맣게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국민을 속이려다 얼떨결에 들통이 난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저성장 우려 말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와 내수 침체 문제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부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판국에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한다”라고 입버릇처럼 떠들어온 국회의원들의 세비 인상 소식을 접한 서민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의 허탈감을 다독이는 일이 더 급해 보인다.

여야는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국회의원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등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지난달 22일 국회 쇄신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만 나오면 시치미를 뚝 뗀다. 이래놓고서 여야 정치권이 다시 ‘특권 내려놓기’ 운운한다면 대선을 의식한 ‘정치 쇼’로 비칠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세비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
#국회의원#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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