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먼지 쌓인 부실 대학 구조개혁 박차 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수시모집 1차 원서접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교육과학술부가 지난달 31일 부실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학 43개 가운데 13개 대학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도 선정돼 내년 신입생과 재학생의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대학들은 타격을 받겠지만 학생들의 알 권리와 학교 선택권 차원에서 이런 정보는 빨리 공개될수록 좋다.

한국은 인구대비 대학 수가 가장 많은 몇 나라 중 하나이지만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다. 2013학년도 고교졸업자는 66만 명인데 대학(2년제 포함) 입학정원이 58만 명이다. 2018년이면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자(58만 명)를 초과하게 된다. 대학을 마구잡이로 허가해준 정부와 정치권의 원죄(原罪)가 크다. 부실 대학을 그대로 두면 부도 사태로 악화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전국에서 7번째로 퇴출되는 천안 선교청대의 경우 재적 학생 수가 130명에 불과하고 올해 신입생은 뽑지도 못했다. 대학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부끄럽다.

국가가 예산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경쟁력 없는 부실 대학들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학의 상시적 평가는 대학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부의 채찍을 계기로 상당수 대학은 환골탈태(換骨奪胎)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학재정 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됐던 43개 대학 가운데 51%인 22개 대학은 지난 1년간 졸업생 취업률과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개혁을 단행해 부실 대학 명단에서 빠졌다. 부실 대학 선정이란 충격파가 없었더라면 정원감축과 학과 구조조정, 재정확충 등의 개혁조치는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인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립대에 가혹한 구조개혁을 요구하면서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의 개혁조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현재 38개 국립대가 내부 분열과 포퓰리즘 행정의 원인이었던 총장직선제를 폐지했지만 갈 길이 멀다. 법인화 등 강도 높은 개혁조치가 요망된다. 구조개혁은 구성원들에게 고통스럽지만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쓴 약이다. 정부는 ‘지방 배려’ 같은 명분에 휘둘리지 말고 엄정하고 공정하게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부실 대학#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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