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뉴타운 매몰비용, 서울市가 책임질 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현재 서울의 1300개 지구에서 각종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면적만 서울 면적의 9%, 시가지 면적의 15%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317곳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자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수천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당초 기대와는 달리 사업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은 주민이 원하면 중단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타운 사업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은 원칙적으로 옳다. 문제는 조합운영비 등으로 써버려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지구별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쓴 돈이 수억∼수십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로는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 사업에는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다 버려지는 과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에 이미 부동산 장기침체 경고음이 나오고 있었다. 옛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의 도움을 받아 서울지역의 당선자를 많이 냈다. 서울 48개 선거구 중 26곳에서 뉴타운 공약이 나왔다. 오세훈 당시 시장이 난색을 표하자 한나라당 입후보자들은 맹비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2월 ‘뉴타운 재검토’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나 구 자체 예산으로 매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뉴타운을 해제할 때 누군가 매몰비용을 대신 부담할 것 같은 기대를 주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정부가 부담한다면 개발이익을 노리고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 전체 국민이 돈을 대주는 꼴이다. 박 시장은 “조합 또는 추진위별로 매몰비용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져올 경우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는 선거용 정책의 수립과 무리한 추진, 사려 깊지 못한 후퇴가 어떤 낭비와 혼선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4월 총선 때 여야는 마구잡이 재원 계산에 기초한 공약과 정책을 양산했다. 대선을 앞두고도 온갖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처럼 두고두고 폐해가 큰 공약이 나와서는 안 된다.
#뉴타운#재개발#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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