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성우]식량자급률 26%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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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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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우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
남성우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
기상이변과 세계적 곡물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의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최고치를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미국 농업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기에 투기자본까지 가세하여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美 가뭄으로 국제곡물가격 급등

6월 중 t당 280달러(C&F 기준)이던 옥수수 가격이 8월 들어 400달러로 40% 이상 올랐다. 사료용 소맥도 270달러에서 350달러로 30% 급등했고 대두박도 560달러에서 650달러로 16% 이상 올랐다.

미국 농무부는 2012∼2013년 세계 곡물 재고량은 4억5000만 t, 재고율은 19.3%로 전망했다. 이는 2009∼2010년 평균 재고량(4억9000만 t)과 재고율(22.3%)에 비해 각각 4000만 t, 3.0%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재고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곡물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 에탄올용 옥수수 사용량은 2008년 7700만 t에서 2012년 1억2800만 t으로 66%나 증가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심각한 식량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6%에 불과하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고는 미미한 수준(밀 0.8%, 콩 8.7%)이다. 연간 곡물 소비량 2000만 t의 74%(식용 500만 t, 사료용 1000만 t)를 수입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로 농지는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227배에 해당하는 19만 ha나 감소하였다. 1980년대 1000만 명에 달했던 농가인구도 지난해 296만 명으로 3분의 1로 감소했다. 농업은 생산성이 낮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타 산업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걱정할 때가 왔다.

농축산업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산업이다. 시장논리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기초산업이다.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생명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되어야 한다.

국내 식량자급률 목표를 대폭 올려야 한다. 2011년 7월에 발표한 정부의 곡물자급률 목표는 2015년까지 30%다. 육류자급률은 쇠고기가 44.8%,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80%, 우유는 65%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상이변이 계속되고 세계 곡물 수급 전망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 자급 대응이 시급히 요구된다.

여기에 농경지 확보와 더불어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더이상 농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유휴농경지, 4대강 수변구역, 간척지 등을 활용하고 겨울철에 노는 땅을 이용해 사료작물을 생산하면 수입 곡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해외 곡물자원 개발에 적극 투자를

식량수입 국가를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이 낮지만 20여 년간 안정적인 해외 공급처를 확보했다. 중국도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설정하고 해외 식량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해외 곡물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 차원의 해외 곡물 확보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생산자 단체나 국가 차원의 개발 방식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축산농가도 사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육시설을 개선하고 볏짚 등 대체사료 개발과 함께 경영 효율화로 고(高)곡물가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농축산업은 우리 모두의 생명산업이자 자주국방의 한 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남성우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
#국제 곡물가격#시카고상품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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