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은 ‘백두산호텔 내쫓는 중국’ 닮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중국 지린(吉林) 성 정부가 한국인 또는 재일교포가 투자해 세운 백두산의 호텔들을 올해 안에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호텔의 미래 수익을 거의 인정하지 않은 채 초기 투자금과 건물가치만 따져 보상금을 책정했다. 호텔들은 법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당국의 철거 강행을 막기 힘든 상황이다.

지린 성은 2006년 성 산하에 창바이(長白)산(백두산의 중국식 이름)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관리위)를 설치한 뒤 2007년 8월 중장비를 동원해 ‘온천별장’(법인명 길림장백산관광건강오락유한공사) 건물을 먼저 헐었다. 철거에 항의하는 호텔 사장 부부를 감금한 적도 있다. 성 정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관광호텔을 유치할 당시 최장 45년간 운영권을 보장한다고 공언했으나 호텔 측은 굉음을 내는 불도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백두산은 한국에서 민족의 영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북부의 역사를 자국 것으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따라 백두산에 대한 한국의 연고권을 일절 인정하지 않으려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중국처럼 약속을 안 지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성 투명성 예측가능성은 우리가 중국보다 선진화해 있다. 앞으로도 중국에 앞설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대외적인 약속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다. 정부가 투자협정 투자인가 투자계약을 지키지 않아 외국인 투자가가 손해 볼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고, 해당국 정부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국가 간에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가 85개국과 맺고 있는 투자보장협정 중 81개국과의 협정에 포함돼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넣어뒀다. 하지만 백두산에 호텔 투자가 이뤄질 당시 한중 투자협정에는 이 조항이 없었다.

야권에서는 “한미 FTA의 ISD는 정책주권을 미국에 양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야권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핵심 이유도 이것이다. 다른 나라와는 괜찮은데 왜 미국과 하면 주권이 침해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한국은 FTA 선진국으로서 외국인 투자가를 보호해야지, 중국처럼 겁주고 내쫓아서야 국익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사설#백두산 호텔#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