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의 ‘저소득층 교육기부’ 활성화 기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인천 부평구 산곡중학교의 최근 변화는 교육기부의 힘을 보여준다. 이 학교에는 전교생 775명의 5분의 1이 급식비와 보충수업비를 면제 받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지난해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54명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재학생 강사 12명이 올해 3월부터 학업이 부진한 저소득층 학생 37명을 방과 후 밀착 지도한 이후 성적이 크게 올랐다. 삼성그룹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손을 잡고 전국 21개 도시 저소득층 중학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강사를 불러 진행하고 있는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의 성과다.

기업의 교육기부가 장학사업을 넘어 소외계층 자녀의 학업 지원, 진로 지도, 창의와 인성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정몽구재단의 온드림스쿨 비전교실), LG그룹(사랑의 과학캠프), CJ그룹(CJ나눔재단의 도너스캠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수력원자력은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율형사립고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교육기부가 빈곤층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고 가난의 대물림을 막는 ‘교육 안전망’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는 작년 5월부터 5년간 35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공교육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가난에 굴하지 않고 학업에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이 적지 않다.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하위 25%에 속한 학생들이 상위 25% 안에 드는 성적을 올리는 비율이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재정적 제도적 뒷받침만 제대로 된다면 천 명, 만 명을 먹여 살릴 인재로 커갈 꿈나무들이다. 이들을 잘 키워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줘야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다. 획일화하고 재원이 한정된 공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렛대로 민간의 창의와 자본을 써야 한다.

올해 3월 교과부 주최로 열린 교육기부 박람회에는 기업 50곳 등 131개 단체가 참여했다. 교육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고리를 확충해 열기를 살려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대학생과 대졸 미취업자를 활용하는 재능기부 유인책도 필요하다. 미국의 교육기부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는 명문대 졸업생을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공립학교 단기교사로 일하게 하고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경력 인정 같은 혜택을 준다. 사람 외에는 이렇다 할 자원이 없는 한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사설#교육#교육기부#티치 포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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