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화 낙마는 행정·사법·입법의 총체적 오작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한 대법관 후보자가 본회의 표결 전에 사퇴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법관 공백사태와 김병화 대법관 후보의 사퇴는 임명동의 절차를 진행한 국회, 제청한 대법원장, 김 후보를 추천한 검찰과 법무부, 검증을 맡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입법 사법 행정 3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국회는 법정 시한을 한 달 가까이 넘겨 늦장 개원한 데다 퇴임 대법관의 임기 종료일에야 신임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공백사태가 발생했으면 기간과 대상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새누리당은 대법관 후보 4명 모두의 임명동의안 상정을 고집했고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를 구실로 나머지 대법관 후보 3명의 임명동의 절차까지 막아 처리를 지연시켰다. 국회 처리가 늦어져 20일 가까운 대법관 공백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국회의 무책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임명 제청까지 총괄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들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김 후보에게 제기된 중요한 의혹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13명 중 4명을 최종 제청했다. 대법원장은 제청 전에 청와대와 사전 협의하는 게 관례다. 청와대도 검증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검찰 몫 대법관으로 김 후보를 추천한 검찰과 법무부에 있다. 김 후보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명백한 잘못이 있음에도 그 정도 하자는 대법관 후보가 되는 데 큰 손색이 없는 것으로 본 안이한 태도가 문제다. 김 후보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동향인 저축은행 비리 브로커와 연루된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추천한 것이 국회 통과를 어렵게 했다.

대법원은 사건기록이 대법관 캐비닛에 쌓였다가 책상으로 옮겨지는 데만 3개월이 넘게 걸릴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이번 공백사태로 처리가 지연된 사건이 수백 건에 이르자 대법원 2부 소속의 양창수 대법관이 1부 사건까지 맡는 겸업을 했다. 대법관 13명 중 검찰 몫을 배정하는 관행은 법조의 한 축인 검찰을 존중하고 대법원의 다양성을 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검사장급에서 대법관감이나 지원자가 적다면 굳이 검찰 출신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대법원장#김병화#행정#사법#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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