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정화]“혹시나” 하며 만든 인공 새(鳥)집에 솔부엉이가 살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설치한 ‘인공 새(鳥)집 아파트 단지’에 천연기념물 제324-3호 솔부엉이가 둥지를 틀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필자가 근처에서 서식하는 야생 조류를 위해 지난해 4월과 올해 3월 두 번에 걸쳐 인근 숲에 50채를 설치한 결과다.

필자가 새들에게 인공 새집 아파트를 만들어 주게 된 배경은 이렇다.

필자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새를 관찰하고 있다. 촬영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 이곳 조류 서식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관찰된 조류는 100여 종으로, 번식된 종수는 37종이며 매년 평균 24종이 찾아와 번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 내륙을 통과하면서 도심의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다. 그 때문에 까치 둥지도 망가져 도심에서 까치 둥지를 이용해 번식하는 야행성 맹금류의 둥지가 부족해졌다. 여기에다 수목 보호 차원에서 나무껍질에 상처를 입은 수피와 목질부에 세균이 침투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구멍을 막는 나무 외과수술이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면서 새들의 번식지가 점점 더 부족해졌다. 새들도 주택난(?)을 겪게 된 것이다.

제일 큰 피해를 본 조류들이 바로 나무 구멍 속에서 번식하는 솔부엉이, 올빼미, 소쩍새, 원앙, 후투티, 찌르레기 등이다. 솔부엉이만 해도 낮에 활동하지 않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맹금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흔하지 않은 여름 철새다.

필자는 이런 새들에게 둥지를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새들이 과연 인공 새집에서 번식을 할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사리 조정경기장 측의 도움을 받아 인공 새집을 만들어 단 것이다.

그 결과 2011년에는 한 쌍도 번식을 하지 않았으나 올해 인공 새집에 깃들인 3쌍 중 2쌍이 번식에 성공했다. 야행성 맹금류가 인공 새집에서 번식을 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인공 새집 만들어 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했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참새나 박새처럼 작은 새들이 번식하는 구멍 지름 3cm 크기의 인공 새집은 많이 달아 주고 있으나 중간 크기 5cm, 좀 더 큰 9cm 크기의 새집은 없었다.

필자는 위 3가지 크기의 인공 새집을 모두 달았다.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중간 크기 인공 새집에서는 찌르레기가 번식을 하였고, 좀 더 큰 인공 새집에서는 솔부엉이가 번식을 하였다. 솔부엉이가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공 새집에서 무사히 새끼를 잘 키워 번식에 성공한 것처럼 앞으로 이런 시도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어 많은 새들이 집 걱정 하지 않고 편안하게 찾아와 번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만들어진 인공 새집에서 솔부엉이가 새끼를 낳았다. 동아일보DB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만들어진 인공 새집에서 솔부엉이가 새끼를 낳았다. 동아일보DB
자연적으로 나무옹이가 떨어져 나가 생긴 구멍은 수목의 생존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새들이 번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까치로 인해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는 포획을 하거나 둥지를 훼손하는 일을 자제해 까치 둥지에 다른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해 수목과 새,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내년에는 솔부엉이뿐만 아니라 파랑새도 인공 새집에서 번식하기를 기대하며, 인공 새집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여 더 많은 새들이 안락한 둥지에서 평화롭게 새끼를 잘 키울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
#기고#서정화#인공 새집#솔부엉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