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주안]집값 하락에 우는 세입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얼마 전 경매를 통해 팔린 경기도 소재 중형 아파트 낙찰가는 감정가 대비 70% 선이었다. 경매를 통해 금융기관은 집주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문제가 해결됐지만 문제는 세입자였다. 집값 중 은행이 회수해가는 돈을 빼면 전세금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는 세입자라 해도 요즘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세입자의 안정된 주거생활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은행 빚을 내고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이자로 고통받는 ‘하우스 푸어’만큼 집주인이 이자를 못내 경매로 넘어가는 집에 사는 세입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집값 상승세는 둔화되거나 떨어졌어도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집값 하락은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안정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매매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경매낙찰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결국 세입자는 전세금 모두를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현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 우선 변제한도를 정하고 있지만 최근 전세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조사된 수도권과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주택가격 하락은 그 폭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가격 하락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버블’ 상황도 아니다. 버블이었으면 벌써 큰 폭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시장의 가격 반응이 소폭 하락에 그친 것이라면 버블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규제를 대폭 푼다 해도 현재로서는 집값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된다는 점에서 동감한다.

앞서 소개한 경매사례에서 보듯, 체감 손실이 큰 쪽은 세입자다. 규제로 인한 득도 없고, 허구에 가까운 가격 논쟁도 소용없다면 규제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짚어 볼 때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집값 하락#세입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