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억]서울市 새 청사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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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홍익대 교수·건축학
김억 홍익대 교수·건축학
지난해 가림막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 서울시청사는 건립에 약 3000억 원의 세금이 들었다고 한다. 1926년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시청사는 리모델링과 증축이 필요한 건물이었다. 2006년 신축 계획이 시작된 뒤 여러 번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0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새 시청사는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서울의 모습을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로 기대되었는데 막상 모습을 드러낸 청사는 압도적인 외관 때문에 흥밋거리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나는 국가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21세기에 새 시청사가 과연 서울의 위상에 합당한 미적 품격과 공공 서비스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인지 의문이 든다. 무릇 기존 도시 한가운데 세워지는 건축물들은 주변 건물과의 질서가 가장 큰 덕목이다. 더구나 시청사는 겸손과 배려의 디자인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새 시청사는 위압적인 형태와 내부가 보이지 않는 반사 유리 때문에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하기에는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물론 문화와 산업의 스마트화에 따라 건축적 조형미를 강조하자는 게 전임 시장의 의지였기에 새 청사도 조형성이 특별히 강조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조형성만 강조되다 보니 시각적인 자극과 흥미를 유발하는 설계가 되었고, 한강의 새빛둥둥섬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과 같이 주변 건축물들과 상관없이 형태의 특이성만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모든 건축물이 그래야 하지만 특히 공공건물인 경우에는 시각적 질서만이 아니라 그 사회의 철학적 질서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2년 완공된 런던 시청사의 경우 비록 초기에 조형적인 논쟁이 있었지만, 자연환기에 의한 에너지 절감과 그늘 형성에 따른 열 차단 등 친환경을 실천했고 업무 공간이 투명하게 보이는 설계로 시민과의 소통이 강조된 공간 구성으로 인식되어 현재는 사랑받는 시청사 건물의 국제적인 모델이 되었다.

서울시 새 청사도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위해 7000여 장의 3중 열차단 유리가 사용되었다고는 하지만 런던 시청사처럼 기본 설계에서부터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고려가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에너지 절약형 재료와 태양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쓴다고 무조건 친환경 건축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층 넓은 로비와 기둥이 없어 훤하게 뚫린 대공간은 보기에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이 들지만 너무 휑하고, 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도 클 거라는 인상을 준다.

도시의 랜드마크(상징 건축물)는 도시의 권력 질서에 따라 구축되고 도시의 구조를 좌우하는 외연이다. 역사적으로 왕권과 신권이 지배했던 시대에는 왕궁과 성전 및 주변 광장이 도시의 랜드마크였으며 19세기 이후 자유시민 사회가 된 이후에는 시청사가 랜드마크가 되었다.

어떻든 예쁘게 생겼건, 못생겼건 이제 시민의 품에 안긴 시청사는 시와 시민들이 잘 키울 일만 남았다. 시청은 시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목표이고 존재 이유이다. 한마디로 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시민 소통 공간으로의 진화가 요구된다. 다행히 서울시청사에는 60%의 시민 참여시설이 있다고 하며, 특히 강조된 건물 앞부분이 시민 공간으로 할애돼 있다고 한다.

새 청사가 호화 청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진정한 시민 공간으로 변모하면 디자인에 대한 논쟁은 부차적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 참여 및 교류 공간으로 쓰일 1층 대공간이 앞에 있는 서울광장과 연계돼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억 홍익대 교수·건축학
#시론#김억#서울시#서울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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