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 출신 국회 외통위원장의 ‘전문성 조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에 내정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17, 18대 국회 때 외통위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 그가 외교와 통일 문제 등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자 “외교부 수술하러 가는 거냐”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정보위원장을 맡은 재료공학 교수 출신의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에 대해서는 “정보는 과학이다”라는 농담이 오간다. 교육 관련 경험이 거의 없는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이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된 것도 교육을 너무 홀대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작년 6월 민주당 당대표실 회의 녹취록을 공개해 불법도청 의혹을 받은 한선교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것도 민주당에 상임위 파행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상임위 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처리를 진행하는 막중한 자리다. 각종 청문회와 소위원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듣고 법안을 정비하는 책임도 맡고 있다.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전체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에 대해 “지역별로 확실히 안배하고 연장자를 다소 유리하게 했다”고 밝혔다. 인선 기준이 능력도, 전문성도 아닌 지역성과 나이 순이라니 우리 국회의 후진성이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듯하다.

비(非)법조인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개운치 않다. 법의 체계, 형식, 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는 역대 국회에서 상원 같은 역할을 했다. 법사위원장에 비전문가를 앉히려면 먼저 법사위의 상원 기능을 없앴어야 했다. 민주당이 이런 자리에 비법조인 출신의 강성 의원을 앉힌 것은 “우리가 반대하는 법은 절대 통과하지 못한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18대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 등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무려 188건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본회의로 올라가지 못했다.

국회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국회의원 전체가 모든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 지식이 필요한 현대 사회에서 의원 전체가 같이 토론하다가는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각 상임위를 두어 상세히 검토하고, 본회의에서는 표결만 하도록 했다. 상임위원장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장관 인사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자질과 전문성을 따지는데 상임위원장의 인사는 누가 따져야 하는가. 상식선에도 어긋나는 상임위원장 면면을 보면 19대 국회가 생산성 높은 국회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설#외교통상통일위원장#안홍준#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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