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바일 동원투표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진행했다. 16개 시도 오프라인 선거인단이 168만 명,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은 24만여 명이나 됐다. 모바일 투표가 정당 사상 처음 도입되면서 경선 흥행의 불씨를 지폈으나 국민 동원이 민심과 당심을 왜곡했다. 경선에서 승리한 정동영 후보가 지역투표에서 얻은 표의 절반 이상이 출신 지역인 전북 유권자로부터 나왔던 것이 단적인 예다. 시도별 연령별 인구 비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4·11총선 공천 때 일부 지역에서 모바일 국민경선을 도입하면서 다시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 동구에서는 동원에 가담한 전직 동장이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선거인단 불법 모집에 동원된 한 여성은 “로봇처럼 명령을 따르는 내가 너무 싫었다. 애가 아픈데도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을 모집했다”고 토로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박주선 의원(현 무소속)에 대해 검찰 구형량(징역 1년)보다 높은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를 피와 눈물, 돈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도 친노(親盧)의 좌장 격인 이해찬 후보가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지고 있다가 모바일 투표에서 이기는 바람에 막판 역전했다. 동원력이 강한 친노 성향의 모바일 조직들이 이 후보 지지에 나섰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석패한 김한길 후보는 “당심과 민심의 왜곡”이라고 비판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였다.

모바일 경선은 투표 참여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흥행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연령과 지역별 편차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선진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정당 행사에 참가하기를 꺼리는 정서가 강해 동원 경선이 판치기 쉽다. 진보 성향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모바일 기기와 친숙한 그룹이 일반 시민 전반을 대표하지도 못하고, 사회 경제적 저변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며 “모바일 투표는 나쁜 의미에서의 혁명적 변화”라고 비판한다.

동원 투표로 변질되고 있는 모바일 국민경선은 민주주의를 한 차원 후퇴시키는 것이다. ‘국민’이란 말은 그럴듯하지만 휴대전화에 익숙지 않은 국민은 소외당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 달부터 대선후보 경선 룰을 논의할 때 동원을 막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모바일 동원투표#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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