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강건늘]“스마트폰에 빠져 지내면 사색은 언제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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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친구는 요즘 나에게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귀가 따갑도록 노래를 부른다. 게다가 자신과 같은 통신회사 스마트폰이어야 한단다. 무료통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유혹을 느낀다. 친구가 섬마을 선생이어서 주로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화요금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카운슬링을 전공한 그 친구는 나에게 친구이자 상담자이기에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을 갖고 싶은 마음이 내게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2년 정도가 됐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문화적 소통을 중시하며 새로운 매체나 전자기기에 개방적 태도를 지닌 젊은층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대화의 주요 수단이면서 중심소재이기도 하고, 문화 및 놀이 향유의 매체로서 우뚝 섰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대화에 끼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또는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부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꿋꿋이 견지하고 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고 싶지 않은 괜한 고집과 자존심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이 나에게 나쁜 습관을 들이게 할 거라는 위험 의식이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창 밖을 보거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버스나 전철 혹은 길을 걸어가며 정신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얼마나 고마운 휴식 기회인가. 그런 때에 우리는 종종 사색에 빠진다. 사색은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게 만든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보기도 한다. 이따금씩 사색 속에서 깊은 생각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사색은 참으로 소중하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나 철학자, 인문학자에게만 어울리는 시간이 아니다. 사색하지 않고서는 진지하게 자신과 인생,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볼 수 없다. 나에게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럼 사색은 언제 하냐고.

강건늘 고교 국어교사·서울 마포구 대흥동
#스마트폰#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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