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석기 ‘문어발 영향력’에 갇힌 통진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인 이석기 의원은 작년 12월에야 입당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열린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안정권인 2번을 받았다. 당시 이 의원은 대다수 당원에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당권파 그룹이 그의 당선을 위해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당권파 주도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내팽개친 ‘이석기 국회의원 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이다.

통진당의 근간은 ‘진성(眞性)당원’이다. 당권파가 만든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칭도 ‘당원 비대위’였다. 사퇴 압박을 받는 이 의원은 “당원이 선출했는데 나 스스로는 사퇴할 권리가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작년에 당원이 아니었을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만나 통진당 합류 의사를 타진해 스스로 당권파 핵심임을 드러냈다.

2008년 통진당의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이 진 빚 50억 원 가운데 홍보비 20억 원은 이 의원이 운영해온 정치컨설팅 회사인 CNP전략그룹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이었던 최순영 전 의원은 “(당시 CNP 관련 인사들이) 지금의 구당권파라고 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한 당권파가 당 사무총국을 장악해 국고보조금 등 당 재정을 주물렀다.

북한 주체사상의 핵심은 수령론(首領論)이다. 혁명 성공을 위해선 혁명의 심장인 수령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 의원은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민족민주혁명당 간부로 활동하면서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는 유인물을 전국 대학가에 뿌린 혐의 등(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 6개월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통진당 내 이 의원을 따르는 주사파 종북세력이 북한의 김씨 왕조(王朝) 3대 세습에 입을 다무는 것도 수령론 때문일 것이다.

19대 국회는 지난달 30일부터 문을 열었지만 이 의원은 국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는 시내 모처에서 측근들과 만나 이달 말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탈환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진당의 위기는 주사파 핵심인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한 당권파의 반(反)민주적 패권주의에서 출발했다. 당권파의 종북 태도는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다. 근본적 쇄신 없이 정파적 야합을 통해 당권만 되찾으면 된다는 당권파의 태도는 진보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통합진보당#당권파#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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