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4대강 담합을 입찰 당시엔 몰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입찰 때 대형건설사들이 담합한 사실을 밝혀내고 5일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20여 개 건설사 가운데 담합을 한 12개사에 과징금 1600억 원을 부과하고 담합 주도 혐의가 짙은 6개 대형사는 회사와 담당 임원을 함께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공공 부문 입찰 담합은 공사비를 부풀려 세금을 빼먹는 범죄행위로 엄중 처벌해야 옳다.

4대강 입찰 담합 의혹은 2009년 10월 이석현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기했다. 6대 대형건설사가 서울의 호텔과 음식점에서 수차례 회의를 열고 4대강 턴키 1차 사업 15개 공구를 한두 곳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 8개월이 지나서야 제재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관련 기업이 많고 증거를 잡기 어려워 조사가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정위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4대강 공사 일정의 차질을 우려해 조사에 늑장을 부렸을 수도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4대강 공구별로 공사를 맡을 회사를 자기들끼리 정해 놓고 입찰 때는 들러리를 세워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다. 이렇게 하면 경쟁이 제한돼 공사비가 올라간다. 15개 공구의 낙찰금액은 총 4조1000억 원으로 예정가의 93.4%에 이른다. 보통 경쟁입찰의 낙찰가율이 65% 선인 것을 감안하면 2조9000억 원 수준에서 가능했을 공사에 담합으로 세금 1조2000억 원이 더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혹시 공사 예정가액이 누설돼 낙찰가율이 높아진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공 부문의 입찰 담합은 뿌리가 깊다. 고리원전의 납품비리 뒤에는 입찰 담합이 있었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입찰 때도 대기업 계열사들이 담합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선을 구매할 때 34개 업체가 무려 11년간 담합을 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입찰 담합으로 손해를 본 공공기관들의 소극적인 대응도 담합을 근절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2005∼2010년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69건 중 공공기관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4건뿐이다.

담합은 과거엔 기업을 위하는 행위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해사(害社)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2월 “담합은 횡령, 뇌물 등 부정행위와 같다”며 담합 연루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약속했다. 대기업들이 이번에 담합이 드러난 계열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4대강#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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