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전향 장기수가 ‘조국 북한’과 벌인 남한 파괴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서울지방경찰청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교란 장치 등 우리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는 비전향 장기수 출신 이모 씨와 뉴질랜드 교포 김모 씨를 지난달 초 구속했다. 이 씨는 1972년 간첩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1990년 가석방됐다. 전향도 하지 않은 이 씨가 1991년부터 북한산 농산물과 주류 생수를 판매하는 대북 교역사업을 15년 동안이나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GPS 교란 장치는 적의 수중에 들어가면 우리의 민간 항공기를 추락시키거나 선박의 항로를 이탈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 북한은 2010년 이후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민간항공기와 군용기의 GPS에 교란 공격을 벌였다. 북이 사용한 GPS 교란 기술이 비전향 장기수 출신 대북 무역 사업자가 제공한 것이라면 우리의 대북 안보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통일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이 씨가 운영하는 D사에 20년 동안 북한산 생수 생산 및 판매 독점사업권을 내줬다. 당시 통일부가 D사의 남북경제협력사업자 및 협력사업 승인 신청에 대한 검토 의견을 요청했을 때 법무부는 “불허해야 한다”고 했지만 묵살됐다. 법무부는 “D사 대표는 피(被)보안 관찰자로서 보안관찰법상 의무를 이행하거나 방북 승인에서 제한을 받으므로 남북경제협력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재차 간첩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제시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씨는 일관되게 북한을 자신의 조국(祖國)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향 장기수는 대부분 6·25전쟁 이후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며 빨치산이나 인민군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뒤에도 전향하지 않고 30년 이상 복역하다가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출소해 일부는 북송됐다. 법무부가 간첩활동을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북에 들락거리며 돈벌이를 하고 간첩활동까지 하고 다녔다니 어이없다.

이 씨는 수사 과정에서 간첩들이 통상 사용하는 수법인 묵비권을 행사해 GPS 교란 장치를 북에 넘겼는지는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이 북에 제공한 정보와 기술의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다른 비전향자에 대한 감시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강화돼야 한다.
#비전향 장기수#북한#GPS교란 장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