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나라를 누가 지켰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6·25전쟁 때 18세 학도병 김용수 일병은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온 중공군과 맞서다 장렬히 전사했다. 장진호 전투는 영하 30도의 혹한에 유엔군 1만5000여 명이 중공군 12만 명에게 포위돼 전멸 위기에 몰렸다가 포위망을 뚫고 나온 세계 전사(戰史)에 남은 전투다. 격렬한 공방전 속에서도 10만 명의 피란민을 이끌고 ‘흥남 철수’로 이어진 감동의 대하 드라마였다. 33세의 이갑수 일병은 젊은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남겨놓고 장진호 인근 하갈우리 전투에서 산화했다.

이들이 눈을 감고서도 그리워했을 고국 땅에 62년 만에 돌아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어제 서울공항에서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 유엔기 등으로 구성된 기수단과 함께 정중한 예우를 갖춰 김 일병 등 12구의 유해를 맞았다. 북한 땅에서 발굴된 국군전사자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이들의 유해 봉환은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된 카투사였기에 가능했다. 미국이 2000∼2004년 북한에서 유해를 발굴해 신원 확인 작업을 하던 중 이 일병은 인식표가 함께 발굴돼 유족을 찾을 수 있었다. 김 일병은 한미 합동으로 이뤄진 DNA 감식을 통해 우리 국군임이 확인됐다. 조국의 이름으로 싸운 군인들을 잊지 않고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 유해를 수습하는 미국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우리도 ‘나라를 위해 희생된 장병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지로 북한 땅과 비무장지대(DMZ)에 묻힌 5만여 국군 전사자를 찾아내 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박원석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현충원 참배를 권유하는 것은 부당한 강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19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사람이 “국민이 불편해한다면 애국가를 부를 수도 있다”고 인심 쓰듯 말하는 것도 기이하거니와 현충원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기가 차다.

이정희 전 통진당 공동대표는 북한의 6·25 남침에 대해 “역사적인 논쟁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을 드리겠다”고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그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는 최근 “6·25 남침을 부정하면 주사파가 되느냐”며 오히려 국민을 나무랐다. 김정은 3대 세습정권에 대해 침묵하고 호국영령에게는 고개도 숙이지 않겠다고 하니, 종북주의 정당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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