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지방대 인재유출 막는다며 수도권大 편입학 줄이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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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편입학 개선안은 꿈과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꿔보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젊은이를 짓밟는 졸속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편입수험생들이 열정을 뛰어 넘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교과부는 지역 대학 발전 방안으로 지방대 인재 유출을 막는다며 수도권 대학의 편입학 문을 줄여놓았다. 편입학 모집정원 축소 계획이 지역 대학의 인재 유출 현상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나온 적절한 해결방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지역 대학 학생들이 편입을 준비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잘못된 편입제도 탓인지, 다른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제대로 따져보고 결정했는지 의심이 든다.

왜 편입생들은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무릅쓰고라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려고 할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만연한 학벌주의 때문이 아닐까. 기업과 정부가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은 한다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을 하려면 명문대 졸업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지역 대학에서 성실히 공부해 좋은 학점을 받더라도 취업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학생들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지역 대학은 그들이 내세우는 인재상에 맞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나. 근본적으로 교과부가 지역 대학이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하지 않을까. 훌륭한 커리큘럼과 장학제도, 교수 수준 상승, 높은 취업률 등의 제반 여건이 개선된다면 학생들도 지역 대학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대학이 본연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 대학 공동화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교과부의 이번 편입학 개선안 발표는 사탕을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에게 이 썩는 줄 모르고 사탕을 입에 물려주는 무책임한 부모와 같다.

교육당국은 지역 대학의 다양한 입장을 수용할 의무가 있다. 다만 지역 대학의 인재 유출 해결방안이 편입학 모집인원 축소로 귀결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유예기간 없이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적게는 5∼6개월, 많게는 1년 넘게 편입학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사실이 교과부를 더욱 불신하게 만든다.

지역 대학 공동화의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수험생과 대학, 학부모 등 직접적으로 연관된 집단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이 입안돼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 미봉책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과 개선 방안을 촉구한다.


#지방대#수도권대#편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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