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심지홍]서민 울리는 불법사채 근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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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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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불법사채의 규모는 2008년 4조4000억 원 수준에서 최근 20조∼30조 원으로 추정될 만큼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상한금리의 인하를 들 수 있다. 상한금리를 낮추면 대출이 승인된 사람의 이자 부담은 줄지만 초과수요가 커져 많은 미승인자가 불법시장을 찾게 된다. 현재 저신용자 약 700만 명 중 정부가 주도하는 서민우대금융(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의 수혜자가 118만 명, 대부업체 이용자가 252만 명이므로 나머지 330만 명은 불법사금융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법이익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저신용자에 대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서민우대금융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민우대금융의 규모가 5조4000억 원인데 더 늘리는 것은 차치하고 현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소금융의 예를 들면 이자율(연 2∼4.5%)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액대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불법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불법이익보다 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 그동안 불법업체에 대한 처벌은 약하고 이익은 높기 때문에 불법을 지속 및 확대하려는 동기 부여가 주어졌다. 현재 불법사채업자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와 함께 고액의 소득세가 추징되고 있어 이번에는 정부가 강경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상시 단속하에서 불법이익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한다면 불법사금융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완전 근절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금리 규제로 인한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 때문이다.

불법업체보다는 합법업체에 맡기는 방안이다. 이번 신고기간(4월 18일∼5월 31일)에 신고하는 피해자에 대해 서민우대금융의 자격요건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저신용자를 대부업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서민우대금융으로 모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역차별과 도덕적 해이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피해신고자 중 서민우대금융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는 약 300만 명의 저신용자를 방치하는 것으로 불법업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불법업체보다는 합법 대부업체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합법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잘 관리하고 있음을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금융 사채시장 대부업이란 용어의 혼용으로 서민들은 불법업체와 합법업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합법 대부업체의 명칭을 소비자금융업으로 바꾸는 것이 불법사금융 척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합법업체에 더 많은 저신용자를 맡기려면 다양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금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신용자 관리를 합법 대부업체에 맡기는 방안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부채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합법대부업체 키워 수요 흡수해야

서민금융시장의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사금융의 공급자에게만 집중하고 있으며 수요자는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 대출사기를 당했을 때 어떻게 구제받는지, 불법추심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널리 홍보하고 접근성도 쉽게 해야 한다. 그밖에 서민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공유를 통한 다중채무 방지, 신용평가제도의 개선 등을 포함한 신용정보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교육은 사후 처방에 불과하다. 초중고교의 정규 과정에 소비자 중심의 신용교육을 포함시켜 장기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불법사채#대부업체#서민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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