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신숙자 씨 사망했다면 유골이라도 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 씨가 사망했다고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답변서를 보냈다. 국내외에서 구명운동이 전개되는 주인공의 생사에 대해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난데없이 사망했다고 하니 그 진위(眞僞)를 알 수 없다. 신 씨가 죽은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통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사망한 것인지를 보여줄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신 씨는 분단의 비극과 북한의 인권유린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윤이상 씨의 회유와 북한의 농간에 속아 가족과 함께 월북했던 남편 오길남 씨는 해외로 나온 뒤 입북하지 않았다. 가장과 떨어져 북에 남은 신 씨 모녀는 요덕 정치범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했다. 북한이 보낸 답변서에는 신 씨가 1980년대부터 앓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돼 있다. 구체적인 사망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신 씨가 병사(病死)했다 해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열악한 수용소 생활로 건강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이 그를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의 답변서는 신 씨를 오 씨의 ‘전처’로 표기했으나 오 씨가 재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처’ 운운은 가당치 않다. 신 씨가 사망했다면 그 유해라도 고향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특히 유해가 송환돼야만 DNA 검사를 통해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일본인을 여러 명 납치한 북한은 일본이 끈질기게 생사 확인을 요구하자 2004년 13세 때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일본인 소녀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과 사진을 일본 측에 건넸다. 그러나 유골이 요코다의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북이 신 씨의 유골을 보내기 전에는 그쪽의 어떤 설명도 믿기 어렵다.

북한이 신 씨 사망을 통보해준 것은 민간 차원의 구명운동과 유엔의 압력에 미약하게나마 반응을 보인 것이다. ‘두 딸이 오 씨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는 북의 전언(傳言)은 두 딸의 본심이라고 믿기 어렵다. 오 씨와 두 딸이 자유로운 제3국에서 만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에서는 신 씨 모녀 외에도 수많은 정치범이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 피랍 실종자는 물론이고 북한 주민 전체의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북한#통영#신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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