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재헌]학생-부모의 경험-평가 담는 학생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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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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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얼마 전 지역 초중고 교장선생님들과 청소년기관·단체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청소년활동과 학교 교육의 바람직한 연계·협력 방안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청소년이자 학생인, 같은 대상을 놓고 설립 목적과 운영 방법이 각기 다른 청소년기관과 학교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청소년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와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어느 때는 연계·협력이 무망하다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경쟁 위주의 입시제도와 학력(學力) 중심의 교육이 학교 현장을 공고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입시경쟁교육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도 있었다. 학생 봉사활동을 권장하고 자기주도학습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교과과정에 반영하는가 하면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대입제도를 다변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등으로 피폐해진 교육 현장을 목격하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교과성적과 각종 활동이 정형화된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기록·관리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독서활동 상황 등 일체의 학내외 활동이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침에 따라 평가·관리되고 있다.

이런 기재 방식은 학생들의 내면적 욕구나 성취동기를 자칫 간과하기 쉽고,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할 창의적 체험활동마저 여타의 교과학습처럼 집단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학생 자신과 부모님들은 정해진 기준과 방법을 좇아 스펙을 쌓아갈 수밖에 없으며, 체험활동과 자원봉사 등 청소년 활동시설·단체 활동의 참여도는 학교생활기록부와의 연계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공적 기록이고 입시에도 제공되기에 항목과 분량 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적성의 다양한 경험과 평가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요즈음 창의적 체험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에듀팟 시스템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활용도도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명칭을 ‘학생생활기록부’로 바꾸고, 기재 내용에 국제공인 프로그램 이수 상황, 국가인증 프로그램 참여기록, 공인 자원봉사 실적 등을 포함해 학생들의 청소년활동 참여의 폭을 넓혀주는 한편 학생 자신의 소견과 부모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학생들은 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 활동 후 느낀 점, 향후 하고 싶은 것 등을 기록하고 부모는 학생이 변화한 점, 애로점, 희망사항 등을 기록하여 학생지도나 입시에 반영한다면 창의적 인재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철학자들은 “학교는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이 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세상을 감지하며 이웃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 시대 우리 교육에 꼭 필요한 말이다. 교육의 변화와 더불어 학업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할 수 있는 학생 중심의 생활기록부로 진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청소년#인성교육#학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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