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여러분이 한국을 빛낼 100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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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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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경제부 차장
이진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가 기획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이 3년째를 맞았습니다. 지금 영향력이 큰 인물을 뽑는 대신 미래에 활약할 인재를 미리 선정해 보자는 기획입니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10년 뒤에는 해당 분야에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업적을 이룰 후보를 미리 점찍어 본받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2년 전 이 기획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점은 공정성 확보와 당파성 배제였습니다. 공정성은 적어도 해당 분야 구성원들이 봤을 때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인물을 골라야 인정받는다고 봤습니다. 친한 사이라거나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100인을 선정한다면 독자들에게서 외면받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어느 한 진영의 인물로만 100인이 구성되는 일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실력과 잠재력을 두루 갖췄다면 생각이 오른쪽에 있건 왼쪽으로 기울었건 선입견 없이 포함시키고자 했습니다. ‘미래 한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동아일보가 모두를 품에 안는 ‘큰 그릇’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추천위원을 통한 간접 선정방식을 택하도록 했습니다. 선정 권한을 외부에 넘긴다면 그만큼 편향이 줄어든다고 봤죠. 첫해 205명, 이듬해 334명, 올해 393명으로 해마다 규모를 늘려 다양한 추천위원을 모셨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취재팀은 그 2배에 이르는 분들께 일일이 추천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전문조사기관다운 엄밀성은 부족하더라도 공정성을 이루려는 끈기는 보였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간접 선정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추천위원의 성향이 100인의 경향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천위원들을 다채롭게 구성하려는 노력은 이런 위험을 피하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추천위원은 ‘동아일보와는 상대하지 않아요’라거나 ‘동아일보라서 답하지 않겠다’며 접촉 자체를 마다했습니다. 3년 내내 추천을 거부한 분들도 있었죠. 다만 상당수 일면식도 없는 추천위원들이 선선히 회신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렇게 선정된 100인이 보내온 짤막한 답변은 ‘장편(掌篇)’ 위인전이요, 자서전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감옥에 갇혔을 때 정말로 가난한 이들을 만나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자’고 서원한 사연도, 야학 설립기금을 모으려 엿장수로 나섰을 때 전 재산을 빌려준 동네 어르신과의 인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난과 냉대 같은 갖가지 역경을 극복했고 앞으로 10년도 변함없이 달려가겠다는 각오를 읽어내려 갈 때 특별취재팀은 모두 감동했습니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탄식하던 몇몇 교사가 ‘100인 기획이 학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됐다’고 연락해올 때는 보람도 느꼈죠. 3년간 100인이 보내온 답변은 동아닷컴(www.donga.com/news/100people/2012)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100인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래의 성취를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3년간 100인에 선정된 분들 중 벌써 세상을 떠난 젊은 사업가도 있고 수감생활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각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10년 뒤를 기약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100인이 제아무리 똑똑하고 운이 함께해도 혼자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들이 좌절했거나 막막했을 때 말없이 곁을 지켜준 가족과 부모, 스승과 제자, 동료와 선후배가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10년 뒤 한국을 빛낼 주역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한국을 빛낼 100인#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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