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원경]승마 대중화 대비해 말 산업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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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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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
박혁거세 탄생 설화에는 우물가에서 상서로운 알을 지키고 있는 백마가 나온다. 고구려 주몽이 승천할 때도 말이 등장했다. 우리 민족의 설화와 전설에서 말은 하늘과 인간을 잇는 고리 역할을 맡았다.

우리나라의 말 산업은 고려시대 몽고의 영향으로 우량종의 말이 수입되면서 체계가 갖춰졌다. 고려 태조는 국립목장 8곳을 설치했고 현종 16년에는 목감양마법을 제정해 말의 종류별 사육법을 확립했다. 조선시대에도 ‘말의 생산은 나라를 부하게 한다’는 기치 아래 말의 증산에 힘썼다. 병조에서 국가의 말 생산을 담당했고, 제주에 국영목장 10곳을 세워 말 생산기지로 삼았다. 군사용 말이 국력이었기에 말 생산과 관리를 중요시했다. 그러던 것이 농사용과 운반용 등으로 말의 가치가 떨어지며 1980년 3894두까지 급감했다가 1990년 한국마사회가 제주경마장을 설치한 후 다시 늘어 최근 2만8000두 정도 사육되고 있다.

우리나라 말 산업 구조는 매출액 기준으로 경마산업이 98%를 차지하고, 승마 및 말고기 산업은 2%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은 ‘말’ 하면 ‘경마’만 떠올린다. 말과 접촉할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승마가 귀족스포츠로 인식돼 기반 조성이 부족했던 탓이다.

말 산업 선진국에서는 경마산업과 승마산업이 일대일로 동반 성장한다. 말 산업 선진국들은 수많은 말 품종을 보유해 생활승마, 재활승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 이는 말 산업으로 인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프랑스의 경우 승마는 축구, 테니스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생활체육이다. 말 사육두수 80만 두, 승마인구 150만 명, 승마 관련 일자리 7만 개에 이르고 ‘포니’라는 작은 말을 어린이 승마에 활용해 승마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도 승마를 즐기는 사람이 170만 명에 이르고 말 사육두수도 100만 두를 넘어섰다. 말 관련 일자리는 30만 개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승마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승마인구가 2만 명 정도고 주기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은 5000명에 불과하다. 말 사육두수도 3만 두가 안 되고, 대부분 제주도에서 사육된다. 소나 돼지에 비해 말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될 정도로 말에 대한 인식이 낮다. 따라서 생활승마 활성화, 승마 교관 양성, 승마장 설치를 위한 제도 마련, 우리 환경에 적합한 승용마 육성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지난해 9월 ‘말 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말 산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말 산업 육성법’에는 말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 전담기관 등의 책무가 포함돼 있다. 말 산업 특구 지정, 각종 자격제도 도입과 인력 양성 등의 내용도 있어 말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가 대중화된다고 한다. 골프의 문턱이 예전에 비해 낮아져 어느 동네든 골프연습장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수 년 뒤에는 승마가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손으로 육성하고 조련한 말을 타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힘차게 달릴 그날을 기대해본다.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
#승마산업#말산업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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