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권, 從北연대 굳힐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이른바 ‘시민사회’ 소속 인사 20여 명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4·11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야권연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찍은 기념사진의 맨 앞줄에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앉아 있고 뒷줄에는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서 있다. 노 씨는 1990년 범민련 출범 때부터 참여해온 종북(從北)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7년 범민련이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뒤 의장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어왔다. 노 씨는 통일부가 방북을 불허했는데도 지난달 25일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북한에 들어가 계속 머물고 있다.

노 씨는 지난달 26일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아 방명록에 ‘국상(國喪) 중에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 대신 조국 인민과 만경대에 정중히 사죄드린다’고 썼다. 다음 날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보존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글귀가 적힌 조화를 바쳤다. 북한은 김일성 100회 생일 행사를 마친 뒤 그를 판문점을 통해 귀환시키면서 영웅으로 내세울 것이다.

야권연대의 양대 세력의 하나인 통진당은 6·25전쟁의 남침 여부에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정희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에 따르면 통진당에는 과거 북한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한 최소 5명의 인사가 총선 후보와 지도부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동맹 파기, 재벌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는 통진당과 야권연대로 손을 잡았다. 이들은 “우리의 연대는 총선을 넘어 대선 이후 새롭게 펼쳐질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분명한 지향과 가치를 담았다”고 강조한다. 야권 연대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한 총선에서 보수 세력에게 ‘결정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며 야권연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보내 왔다. 북한의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진보 세력의 대단합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룩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야권연대의 기념사진은 북한에 가 있는 노 씨가 야권연대에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일을 별개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연대에 어른거리는 종북의 그림자가 강하게 느껴진다. 야권은 ‘종북연대’를 굳힐 셈인지에 대한 의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사설#총선#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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