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승춘]‘천안함의 교훈’ 어찌 잊으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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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한 어머니는 아직도 매일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희생 사병 46명의 묘비를 하나하나 닦는다. 바로 천안함 희생용사 중 한 명인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다. 천안함이 피격된 지 2년이 됐지만 유족에게는 떠나간 아들, 그리고 남편의 이름이 여전히 아프게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北 다시 무력도발 감행할 가능성

2년 전 오늘, 서해상에서 영해를 지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던 천안함이 피격됐다. 반으로 찢겨 가라앉은 천안함의 함미가 온전히 인양되기까지, 3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혹시라도 아들이, 그리고 남편이 살아서 돌아올까 기대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국민도 한마음으로 실종 장병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결국 46명의 우리 사병은 차가운 시신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비극은 또 있었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명의 동료라도 더 구조하고자 3월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잠수를 계속하던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것이다. 한 준위 역시 참군인으로서 고귀한 희생정신을 남긴 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리고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제 국민들에게 천안함이라는 이름은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안감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안보 현실은 천안함 피격 당시와 비교해 더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천안함 피격 이후 북한은 사과는커녕 유족들과 국민들의 아픔이 아물기도 전인 그해 11월 연평도를 포격했다. 더욱이 북한은 올해 신년사설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는 목표를 다시금 분명히 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북한이 다시 무력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공격하고 우리는 희생당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젊은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방태세만큼이나 국민의 굳건한 안보의식이 절실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내부적으로 단결하고 강해져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막연히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현재의 안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굳건한 국가 안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은 바로 한미동맹이다. 우리 국민, 특히 젊은 세대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키고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되어온 한미동맹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체하고자 하는 북한의 대남전략을 바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향후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천안함 용사를 비롯한 호국 영령들이 남긴 교훈을 헛되지 않도록 하는 길일 것이다.

평화 위해선 내부 단결이 먼저

천안함의 유족들은 말한다. “우리 아들은 잊어도 좋지만 천안함이 주는 교훈은 잊지 말아 달라”고. 오늘 오전 10시에는 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다. 마침 핵안보정상회의와 일정이 겹쳐 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과 추모 분위기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이 많이 있겠지만 국가를 위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호하다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일만큼 고귀한 일이 있겠는가.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이름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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