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병율]국민건강 위협하는 결핵…무관심이 ‘최대의 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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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웬만한 질병은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호시탐탐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무관심’이라는 치명적 질병은 의학의 힘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1950, 60년대 결핵은 많은 환자로 인해 결핵전문병원 근처에 결핵촌이 형성되고 매년 4만 명가량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질병이었다. 그러나 결핵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과 강력한 결핵관리정책으로 우리나라 결핵 환자는 세계 결핵관리 역사에서 손꼽힐 만큼 빠른 속도로 줄었다.

문제는 결핵 환자가 감소한 것보다 결핵에 대한 관심이 더 빨리 줄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2000년 이후 결핵 환자는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결핵은 현재 법정감염성 질환 중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질병으로 우리의 건강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결핵 신환자는 3만6000명을 넘고 사망자도 2300여 명이나 됐다. 이는 미국의 22배, 일본의 4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특히 활발한 사회활동층인 20∼40대 결핵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이 국내 결핵의 특징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8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치료가 어려운 ‘슈퍼결핵’으로 불리는 난치성 결핵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결핵 퇴치 활동이 요구된다.

이렇듯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결핵 조기 퇴치 New 2020 Plan’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또 다양한 대책과 방법을 올해도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 실행되더라도 개개인의 관심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실패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결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3월 24일을 ‘결핵 예방의 날’(세계 결핵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을 계기로 결핵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정부와 의료계, 학계는 국민이 공감하는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개인은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결핵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핵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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