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희균]입시 담당 교수의 한숨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최근 사석에서 만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입시담당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녀가 올해 고등학생이 됐는데 어떻게 대학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0년간 대학 입시를 연구하고 실무를 담당한 전문가다. 이 분야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도 정작 자녀의 대입 문제로 걱정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입시정책이나 대학의 전형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우리 애가 초등학생 중학생일 때는 몰랐는데 막상 내가 수험생 부모가 되니 우리가 얼마나 대입 전형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반성하게 됐다.”

전문가조차 입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의 하나가 허울뿐인 ‘대입 3년 예고제’다. 교육당국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대입제도에 대해 신뢰해야 한다며 주요 변동 사항은 적용하기 3년 전에 예고하도록 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는 어떤 형태의 대학 입시를 치르게 될지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입시가 자주 바뀔 경우 혼선이 생기고 불안감이 커지니 필요한 제도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사항만 알려주는 수준이다. 실제 대입을 준비할 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지난주 발표한 선택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2014학년도 입시가 대표적이다.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수능의 개편안은 3년 예고제에 따라 2011년 1월에 처음 발표됐다. 하지만 수능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내용만으로는 학생들이 준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둘 중에서 무엇을 채택할지 모르는데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다. 3년 예고는커녕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를 고교 2학년도 대학별 채택 유형을 제대로 모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부랴부랴 3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어느 유형을 채택할지를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이마저도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입학 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3개월 전까지’만 전형안을 공표하면 된다. 규정대로라면 대학들은 수능 유형을 11월까지 확정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중상위권 대학이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대교협이 발표한 30여 개 대학의 채택 유형을 믿고 입시를 준비했다가는 발등을 찍힐 판이다.

결국 고교 2학년생은 11월이 돼야 대학별 입시요강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수시와 정시, 입학사정관전형에 우선선발까지. 입시요강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수험생과 학부모는 눈 감고 코끼리를 만져야 한다.

유명무실한 3년 예고제로는 공교육의 틀에서 입시를 준비하기가 힘들다. 입시안이 수시로 뒤바뀌고 전형을 확정짓는 시한이 짧을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보력을 내세운 사교육, 이를 활용할 경제력이 있는 가정이 유리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들이 ‘우리 학원은 SKY대 입학처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공공연히 광고하는데 여기에 홀리지 않을 학부모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병폐를 바로잡으려면 정부가 3년 전에 입시의 틀을 예고하고, 여기에 맞춰 대학이 구체적인 전형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고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한 번 발표한 전형안은 바꿀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안이 사교육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정부와 대학이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