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금래]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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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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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 763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실업자에도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다. 그렇지만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제반 환경 및 적합한 일자리가 있다면 언제든 일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신규 노동력의 취업만큼이나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지원해야 될 이런 여성들이라는 데 주목했다. 2008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해서 이듬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50개소를 설치했다.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맞춤형 직업훈련과 취업지원을 하는 곳이다. 새일센터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100개의 새일센터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28만 명의 경력단절 여성들이 새일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새일센터 개소 3주년을 맞아 지난달 100개 새일센터 중 하나인 광주 광산구새일센터를 방문하고, 그곳을 통해 우수한 여성인력 9명을 채용한 반도체 회사를 다녀왔다. 종사자가 150여 명인 이 회사에는 새일센터 출신 정규직 직원 9명이 있다. 회사 대표는 자기 살림처럼 꼼꼼하게 업무를 하는 이들의 근무태도와 성과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감사의 표시로 여성전용 휴게실을 확장하고 진동 안마기도 설치하는 등 회사에서도 여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서로 도와 공생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올해도 여성가족부는 13만 명 이상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으며, 취업한 여성들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도울 계획이다. 이것은 정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족친화적인 경영철학을 가진 경영자와 유연 근무제 등의 제도적 장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함께할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일센터가 설치되면서 ‘취업설계사’라는 새로운 직종도 생겼다. 그동안 700여 명의 여성이 전국 100여 개 새일센터에서 취업설계사로 취업되는 성과도 있었다.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2008년부터 취업설계사로 일해 온 한 여성의 활기찬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의 왕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채용 인터뷰 때 손잡고 함께 면접장에 가고 취업 후에는 회사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런 이들이 정규직이 되어 당당하게 직장생활 하는 걸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요.” 그 여성의 환한 미소가 763만 명의 구직 포기 여성에게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는 것 같아 광주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 취업 뒤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일과 가정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가족부가 이런 여성들의 왕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품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함께 뛰고자 한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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