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창엽]유럽 경제위기 극복의 열쇠는 제조업 육성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창엽 주아일랜드 대사
김창엽 주아일랜드 대사
그리스발로 시작된 유럽의 경제 위기는 2년여 동안 여러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 유럽연합(EU)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은 경제 위기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들이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시간 벌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들이 재정 긴축에 지나치게 역점을 두고, 개별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경제적 처방을 못하게 해 위기 국가의 실물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유럽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은 표면적으로 재정과 금융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논의 중인 EU의 신(新)재정협약이 타결돼 범EU 차원의 재정정책이 시행되면 재정난을 겪는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제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번 EU 위기의 본질은 개별 회원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유럽 각국의 실물 경제 기반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위기 극복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하는 요인이다.

유로존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산업 기반이 확고한 독일 같은 경우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생산활동도 활발하며 고용 상황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 같은 국가들의 경제는 관광업 등 서비스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필자가 주재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그리스 다음으로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유럽은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국가 경제체제가 발전하면서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가진 실물 경제의 뒷받침이 없이는 어떤 국가라도 주변 경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경우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내수 기반이 취약한 유럽 내 위기 국가들은 무엇보다 수출을 확대해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확보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 경쟁력을 갖춘 수출 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유럽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유럽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높은 임금과 과도한 사회보장비용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둘째,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아무리 좋은 정책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해야 한다.

아일랜드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은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참고하려고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극복 사례에 대해 종종 묻곤 한다. 필자는 당시 우리 정부가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과 첨단산업 육성 그리고 재정 긴축이 아닌 재정 확대정책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면서 경제 개혁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EU의 경제 위기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보아서는 안 된다.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EU는 우리에게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우리는 그 불이 언제 우리에게 번져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면서 우리 나름의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창엽 주아일랜드 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