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수장학회는 결국 朴위원장이 해결할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법원이 어제 김지태 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점은 인정했지만 반환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국가 강압의 정도도 ‘김 씨의 의사 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김 씨 유족에게 토지와 주식을 반환하거나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권고와 배치돼 상급심 판결이 주목된다.

김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직전 ‘혁명자금’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데타 후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되자 자신이 운영하던 부일장학회 재산을 국가에 내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5·16장학회가 설립됐고 나중에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현재 부산일보 주식 100%와 MBC 주식 30%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95년부터 10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정수장학회는 선거 때마다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가 됐다. 민주통합당은 작년 11월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 비판 기사를 실으려다 신문 발행이 중단된 사태를 놓고 “박 위원장이 부산일보의 영혼을 뺏으려 한다”며 부산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사장을 그만둔 이상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1970년대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공보비서를 지낸 측근 인사다. 박 위원장이 2002년 미래연합을 만들자 운영위원을 맡았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도왔다. 최 이사장을 뺀 정수장학회 이사 4명 가운데 2명은 박 위원장이 이사장 시절 임명했고 나머지 2명은 최 이사장의 외교통상부 후배다.

박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유산만 계승하고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의 공세에 말려들게 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정수장학회를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 이사장은 “내가 물러나면 정수장학회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파견한 관선이사가 내려온다”고 말했지만 관선이사 파견은 재단 내 분규가 생겼을 때나 가능하다. 덕망 높은 중립적 인사로 이사진을 꾸리면 그런 우려는 불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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