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석민]경영학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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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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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산업부 차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웅진그룹이 최근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웅진코웨이는 경영학 수업시간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이다. 외환위기 당시 고가(高價)의 정수기가 잘 안 팔리자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대성공을 거뒀다. 이에 대해 전략적인 발상의 전환이라는 칭송이 이어졌다.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을 먼저 찾아가는 사전 서비스를 내세운 ‘코디 시스템’도 혁신 사례로 자주 다뤄진다.

이런 훌륭한 기업을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은 태양광 등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승부수다. 과연 그 승부수는 통할까. 경영학은 이런 질문에는 당장 답하지 않는다. 훗날 웅진그룹이 태양광 비즈니스에서 승승장구하면 모범 케이스로, 실패하면 잘못된 케이스로 다룰 것이다.

10여 년 전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봄학기에 e비즈니스 관련 수업을 들었다. 당시 e비즈니스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 사례는 미국 엔론이었다. 연간 2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운송업체였던 엔론은 온라인 경매라는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1000억 달러 규모의 온라인업체로 변신했다. 굴뚝기업이 e비즈니스 대표기업이 된 것이다. 당연히 당시 수업시간에는 엔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무모한 사업 확충, 회계분식 등이 겹치면서 엔론이 파산 신청을 한 건 그해 겨울이었다.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과연 경영학은 현실에서 유용한가. 이래서 성공했고, 저래서 실패했다는 사후 해석만 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물론 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영기법과 이론이 존재하지만 경영학이 이런 근본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학은 실용성이 높은 학문이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巨木)인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경영학의 대상이 아닌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을 개인으로 바꿔놓고 보면 경영학에 나오는 개념과 이론들은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 된다.

어릴 적 세웠던 장래 희망은 기업으로 치면 비전이다. 원하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장단점을 살피는 것은 기업이 인적 물적 자원을 분석하는 것과 같다. 경쟁자와 한계점 등을 면밀히 고려해 가장 효과적으로 꿈을 이룰 방법을 찾는 작업은 전략 수립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계획(Plan)-실행(Do)-평가(See)’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도 기업 경영과 비슷하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2010년 7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여기엔 가슴을 울리는 대목이 들어 있다. 기업은 즉각적인 성취에 매몰되기 쉬워 한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에 점점 더 적은 자원을 배분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올해도 한 달 반이 지났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를 한 번쯤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올해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런 질문들을 던져볼 것을 권한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그런 가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고 있는가.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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