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정훈]닮은꼴, 3金 道知事의 대권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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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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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부산경남취재본부장
강정훈 부산경남취재본부장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거취가 정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치적 비중이 전에 없이 커진 그가 언제 민주통합당(민주당)에 들어갈지, 또 대선 레이스에는 참여할지가 궁금한 탓이다. 본인은 우회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가 2008년 2월엔 대통합민주신당을 스스로 떠났다. 도지사 선거 또는 총선 출마 직전 유불리를 따진 입, 탈당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야권단일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가 ‘위장 무소속’이라고 공격하자 “절대 당적을 안 가진다”며 표를 얻었다. 언약도 잠시, 그는 취임 일 년이 지날 무렵부터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지사 당선의 일등공신이자 야권연대 주축이었던 통합진보당(옛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14일 김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9대 총선 야권연대에 찬물을 끼얹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와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민주당 입당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입당 시기를 놓고도 저울질이 심했다. 지난해 말엔 “내년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구성된 직후”라고 했다가 얼마 뒤엔 “설을 쇤 뒤”로 바꿨다. 최근에는 “입당 시기와 절차는 민주당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16일 입당설이 유력하다. 나 홀로 입당이든,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반 입당이든 예정된 수순이라면 언론과 술래잡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한 김 지사 언급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취임 초기에는 “현안이 많아 도지사직도 버겁다”며 손사래를 쳤다. 얼마 뒤엔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표현을 바꿨다. 요즘에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직 도지사가, 중도사퇴를 전제로 대선 움직임에 적극 나선다면 많은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총선 이후 상황을 봐가며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야권)의 요구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경남도정은 대통령을 꿈꾼 ‘매우 정치적인 도지사’ 3명이 18년째 이끌고 있다. 마침 모두 김 씨다. 김혁규 전 도지사는 2003년 12월 임기 도중 자리를 내놓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하지만 ‘포스트 노무현’은커녕 총리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견제 때문이었다. 김태호 전 도지사 역시 3선 도전을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 이후를 엿보려다 총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야권의 맹공에 본인의 내공도 부족한 탓이었다. 이들의 진퇴와 부침(浮沈)에 따라 경남도정은 요동쳤다.

김 지사는 4년 전 탈당과 이번 복당, 경남지역 야권연대의 진로, 대선 참여 여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제라도 경남도민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내일을 점치기 어렵다는 말로 피해가선 안된다. 그동안 김 지사의 업무처리 방식이나 어법(語法)을 두고 ‘물에 물탄 듯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한 김 지사의 처신을 보면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난 모습)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숨길 수 없는 일을 ‘천기(天機)’나 되는 것처럼 여긴다면 심각한 판단 착오다.

강정훈 부산경남취재본부장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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