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이 사회주의 국가 된 것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대학교수와 경제 전문가 100명이 어제 여야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식인 선언문’에서 “선심성 퍼주기 식 공약 남발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증가해 남미나 남유럽 국가들처럼 경제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통합당은 배급제 복지정책인 ‘3무(無)+1반(半)’(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을 밀어붙이며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기 추락을 모면하기 위해 야당의 포퓰리즘을 쫓아가기에 급급하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이미 사회주의로 접어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젊은 세대는 20년 후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닥칠지 생각하지 않고 현금을 나눠준다는 포퓰리즘 정치인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의 망국적 폐해를 알리고 국민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은 지식인의 역할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은 옛 민주노동당이 2000년 창당, 2002년 대선 때 내세웠던 공약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두 정당은 10여 년 전에는 민노당 공약을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지금은 재정능력이 더 약해졌고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재정 수요가 더 늘어날 상황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복지욕구가 늘어났다’는 구실로 재정의 부담능력이나 복지 우선순위를 감안하지 않고 쏟아내는 복지 공약은 대(對)국민 사기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노당은 공약을 만들 때는 주로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정책과 노동계 등의 주장을 종합했다. 최근 북유럽은 현금 분배 복지를 줄이는 대신 육아 간병 등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정 중이다. 돈을 뿌리는 복지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구가 500만∼900만 명에 불과한 북유럽 국가들과는 여건이 다르다. 남유럽의 그리스는 과잉복지로 경제 파국을 맞았음에도 복지의 단맛에 길들여진 국민이 고통 분담을 거부하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현행법의 범위를 넘어 부실 저축은행 피해액의 55%까지 소급해서 보장해준다는 특별법안에 대해 경제지식인들은 물론이고 참여연대 산하 사법감시센터의 하태훈 소장(고려대 교수),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의장도 “선거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저버린 소급입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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