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명호]재외국민선거, 하려면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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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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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2월 11일까지 진행된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한 유권자는 12만여 명이라고 한다. 전체 대상자 223만여 명의 5.6%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국외 부재자’가 아닌 ‘영주권자’, 즉 순수한 의미의 재외선거인 등록률은 더욱 낮다는 점이다. 이들의 등록률은 2.18%였다.

우편등록 대상안돼 등록률 저조

재외국민선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주권자와 국외 부재자다. 해외동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영주권자다. 이들은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고 거소신고도 하지 않아 정당투표만 가능하다. 국외 부재자는 일시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지역구 투표도 한다. 재외국민선거의 목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영주권자의 등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치권의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이다. 낮은 등록률은 이미 예견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표 계산에 바빠 대안 마련에 실패했다. 투표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제시된 우편 또는 인터넷 투표 등에 대해 여야는 의견이 달랐다. 재외선거인 등록을 좀 더 쉽게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표류한 지 오래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누가 더 참여하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이고 누구에게 더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3월 28일부터 재외국민선거의 투표가 시작됨에도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애가 탄다. 관련 법률 제정과 개정이 이루어져야 선관위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극단적 처방은 재외국민선거의 중단이다. ‘중단 외엔 대안이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외국민선거의 1표당 투입비용이 국내 투표보다 36배나 더 들어간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4월 총선의 재외국민선거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 동시에 대선 전까지 빠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외선거인 등록과 투표의 편의성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 등록률이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재외선거인이 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영주권자는 우편등록 대상이 아니다. 공관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는 한국대사관 분원이 있다. 이곳 교민들은 분원에서 투표 등록을 한다. 한국식당에서 만난 교민 대부분은 재외국민선거에 관심이 많았다.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그런데 같은 도시 내에 있는 분원을 찾아 등록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등록을 위해 오가는 그 시간에 어쨌든 생업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마티는 그나마 가까운 곳에 공관이 있지만 13개 주를 관할한다는 시카고 총영사관까지 수천 km를 왕복해야 한다면 어떨까?

등록 기간 늘리고 순회등록 받아야

따라서 재외선거인 등록 기간을 최대한 확대하고 순회 등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재외선거관리관의 증원이 필요하다. 재외공관 중 최고의 등록률을 보인 상하이의 성공 원인은 재외선거관리관 주도의 적극적 홍보였다. 나아가 ‘제한적 우편투표’의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공관 투표’ 원칙을 따르면 대만의 우리 재외국민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공정성이다. 선거관리의 중립성 확보를 통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재외국민선거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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