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동원]경제로 본 카다피, 알아사드의 命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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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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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국제부 차장
김동원 국제부 차장
며칠 전 대학생 딸이 신문을 보다 한마디 툭 던졌다.

“리비아는 속전속결이더니, 시리아는 전혀 다르네?”

대답에 잠시 뜸을 들이자 “왜 그렇지?”라고 또 묻는다.

“먹을 게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

단답형으로 말해 놓고 딸을 보니 반은 감을 잡은 듯, 반은 설명이 필요한 듯한 표정이었다.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독재자(무아마르 카다피)가 리비아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당시 미국과 유럽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 달 만인 3월에 영국과 프랑스가 앞장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이 즉각 투입됐다. 전투기를 동원해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7개월 만에 리비아 내전은 종지부를 찍었다.

반면 시리아는 달랐다. 리비아와 비슷한 시기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지만 지금도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가 곧 1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카다피(리비아)와 바샤르 알아사드(시리아). 두 독재자가 다른 명운을 걷는 배경은 무얼까?

리비아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8위다. 하루 평균 160만 배럴(2010년 기준)을 생산하는 석유강국이다.

리비아에서는 미국과 유럽 각국의 석유메이저 회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지중해를 통해 리비아산 석유를 직송(直送)할 수 있어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리비아 대수로 공사가 말해주듯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에 서방기업들이 러시를 이룬다. 서방국가가 공중전을 통해 리비아를 쑥대밭으로 퍼 부은 배경도 내전 종료 후 국가재건 과정에서 돌아올 석유사업권과 연관짓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시리아의 원유 매장량은 보잘것없다. 시리아 원유 매장량은 리비아의 5% 수준이다. 생산량이 시리아 국내 수요에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내전 당시 발 빨랐던 서방국가가 시리아 사태를 1년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은 부친으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세습독재자로 분류된다.

2대(代)에 걸쳐 카다피 이상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왔다. 그런데도 알아사드는 다마스쿠스의 대통령궁에서 권력을 향유하는 데 비해 카다피는 이미 불귀(不歸)의 객이 되고 말았다.

서방국가들이 시리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리비아와 정반대다. 리비아와는 달리 사태 개입 후 돌아올 실질적 이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최근 시리아 국민의 인권이 말살되고 있다며 시리아 제재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따지고 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이유도 경제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유엔 제재가 시행되면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해온 러시아는 5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 뻔하다.

물론 국제사회는 이처럼 경제 논리만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정치 외교 군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경제의 눈’으로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게 적지 않다.

딸에게 해준 말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국제사회에선 손해를 보면서 대의명분 쪽에 서는 나라는 없는 거 같다. 세상이치가 어디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김동원 국제부 차장 daviskim@donga.com
#카다피#독재자#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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