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레일, 혹한 속 사고보다 거짓방송이 더 나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최저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져 2월 기온으로 55년 만의 강추위가 몰아친 그제 아침 서울지하철 1호선이 사고를 일으켜 4시간 반 동안 멈춰 섰다. 출근길 시민은 영문도 모른 채 열차 안에 갇혀 있거나 추위 속에 다른 교통편을 찾아다니느라 지각 사태를 빚었다. 청량리역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춘 데 이어 뒤따르던 전동차와 연결돼 차량기지로 밀려가던 중 선로를 이탈해 상하행선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코레일은 기온 급강하로 인한 배터리 방전을 열차가 멈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고장난 전동차에 브레이크가 잠긴 것을 모르고 차량을 밀었다가 탈선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사실상 인재(人災)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혹한이 예상됐던 만큼 지상(地上) 구간이 많은 지하철 1호선은 배터리 점검 등 추위에 대비한 정비에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 제동장치 해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고장 차량을 밀고 간 것도 안전불감증의 소산이다.

열차에 갇힌 승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사고 뉴스를 안 뒤에도 “앞차와의 간격 조정으로 서행하고 있다” “1분 뒤에 출발한다”는 거짓 안내방송을 들어야 했다. 승객들은 열린 문으로 칼바람이 들이치는 객차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뒤늦게 “운행하지 않는다”는 방송을 듣고서야 혼잡한 거리로 떠밀려 나갔다. 혹한 속 사고도 문제지만 거짓말이 더 나쁘다. 사실대로 안내방송을 했더라면 승객들이 좀 더 일찍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코레일은 그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고철(鐵)’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이번에도 사고 시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뉴얼을 운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엔 한사코 반대하는 코레일의 철밥통 의식이 개혁되지 않는 한 안전운행 체계와 고객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날 아침 많은 승객이 역내 고객안내센터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항의하며 운임 환불을 요구했다. 역무원들은 이들을 상대하느라 사고 상황 파악과 고객 안내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다. 일부 승객은 직장에 제출할 차량 지연 사유서를 발급해 달라며 안내 창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세상에서 벌어진 부끄러운 풍경이다.
#코레일#영하#1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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